"2국 해법 무산될 경우 EU 독자행동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유럽의 전직 고위지도자들이 유럽연합(EU)에 서한을 보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친(親) 이스라엘 일변도의 편향적인 중동 정책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25명의 전직 외교장관과 6명의 전직 총리, 그리고 2명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이 서명한 이 서한은 이른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 국가를 통한 중동평화 해법에 대한 유럽의 지지원칙을 재확인하면서 EU와 유럽 각국 정부들에 팔레스타인 측에 공정하지 않은 미국의 어떠한 중동평화계획도 단호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15일 일간 가디언이 보도한 서한에 따르면 이들은 유럽이 예루살렘을 양국의 수도로 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을 내용으로 하지 않는 어떠한 중동평화계획도 거부해야 할 것이라면서 "불행하게도 현 트럼프 미 행정부는 예루살렘에 대한 일방의 주장만을 인정함으로써 오랫동안 견지해온 정책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서한은 만약 2국 해법이 무산될 경우 EU는 독자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한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 내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에 혼란스러운 무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수억 달러의 지원을 삭감하고 있다면서 "유럽의 관문에 위치한 다양한 나라들의 안보와 안정을 갖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에 대한 '궁극적인 합의'를 공개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으나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 평화안을 편향적인 것으로 일축하고 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 가능성을 강력히 배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평화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등이 태스크포스에 참가하고 있으나 두 사람 모두 유대인으로 프리드먼 대사는 점령지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서한은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평화안을 공개할 경우 유럽은 '방심하지 말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프리드먼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정책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미 대통령 사상 가장 친 이스라엘적인 대통령으로 추켜세우면서 "이제는 계획을 밀어붙여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지난주 총선에서 승리한 네타냐후 총리는 만약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점령지 정착촌을 합병할 것이라고 다짐했으며 백악관도 이러한 계획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EU 외교정책을 관할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에 보낸 서한에는 프랑스와 스웨덴, 폴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루마니아의 전직 총리들과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데이비드 밀리밴드 전 영국 외교장관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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