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사마르칸트서 아프라시아브 벽화 학술회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앙아시아 고도(古都) 중 한 곳인 우즈베키스탄 남동부 사마르칸트에서 1965년 도로 공사 차 시행한 발굴조사 중 고대에 완성한 벽화가 나왔다.
아프라시아브(아프라시압) 궁전벽화로 명명한 이 유물은 강국(康國)으로도 알려진 소그디아나 왕국 바르후만 왕 재위 시절인 7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면에 왕실 행렬, 각국 사절, 사냥과 뱃놀이, 강에서 활을 쏘는 사람과 물고기를 그렸다.
벽화 중에 한국인의 흥미를 끄는 존재는 서쪽 벽 오른쪽 끝에 있다. 새 깃털을 꽂아 만든 조우관(鳥羽冠)을 머리에 쓰고 고리 손잡이가 달린 칼인 환두대도(環頭大刀)를 허리에 찬 고구려 사신 두 명으로 추정된다.
동북아역사재단은 17일 사마르칸트에서 사마르칸트문화역사박물관과 함께 '아프라시아브 궁전벽화와 한국-우즈베키스탄의 교류'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어 궁전벽화 속 고구려 사신을 분석하고 벽화 보존 문제를 논의한다.
학술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앙아시아 순방에 맞춰 기획했으며, 재단은 과거에 아프라시아브 궁전벽화 디지털 복원과 영상 제작을 진행했다.
15일 배포된 발표문에 따르면 정호섭 한성대 교수는 "사마르칸트 궁전벽화에서 나타나는 조우관 인물도는 중앙아시아에서 확인되는 최초의 고대 한국인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다"며 "중국 내에 있는 그림과 벽화 등을 보면 고구려인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교수는 "벽화 내용이 사실을 묘사한 것도 있으나, 신화적이거나 관념적인 부분도 함께 존재한다"면서 "학계에서는 고구려인을 강국에 파견된 외교 사절로 이해하는 시각이 보편적이나, 고구려 수도 평양에서 약 8천㎞나 떨어진 강국까지 사절을 보내는 것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구려 사절이 사마르칸트까지 직접 가지 않고, 중국에서 유행한 도상이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강국이 고구려인을 직접 만난 것이 아니라 동쪽에 멀리 떨어진 나라를 관념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성제 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장도 "고구려 사절은 사마르칸트에 온 것이 아니라 고구려인에 대한 이미지 혹은 도상으로 보인다"면서도 도상 출처는 당이 아니라 돌궐인의 세계관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학술회의에서는 이외에도 고광의 재단 연구위원이 아프라시아브 궁전벽화 디지털 복원 개요를 설명하고, 무스타포쿨로프 아프라시아브 박물관장이 아프라시아브 벽화자료를 통해 본 소그디아나와 한국의 친선관계를 논한다.
박아림 숙명여대 교수는 고대 미술 자료를 통해서 본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국제 교류, 마리나 레우토바 우즈베키스탄 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실장은 아프라시아브 궁전벽화 보존 문제를 각각 발표한다.
재단 관계자는 "아프라시아브 궁전벽화를 매개로 중앙아시아에 남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상호 협력 방안을 구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도 문화재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아프라시아브 박물관 전시 환경 보존을 추진할 방침이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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