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와 둥근 천장·첨탑·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
14세기 준공 이후 프랑스혁명으로 파손…19세기 보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5일(현지시간)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모습으로 세계에 충격을 준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강렬한 교회 건축인 유럽 초기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꼽힌다.
고딕 양식은 12세기부터 15세기까지 중세 서유럽에 퍼진 미술사조다. 본래는 '고트인의'를 의미하는 말로, 이는 세련되지 않은 게르만인 미술을 경멸하는 표현으로 알려졌다.
미술사학자인 조은령·조은정 자매가 함께 쓴 '혼자 읽는 세계미술사'에 따르면 고딕 양식은 프랑스인이 주도했고, 유럽에서 도시가 발달할 무렵에 생겨났다. 이전에는 세속과 거리를 두기 위해 외딴 곳에 성당을 지었다면, 이 시기에는 파리 도심 센강변에 들어선 노트르담 대성당처럼 도시 한복판에 종교 건축물을 세웠다.
"파리가 망가졌다"…노트르담 대성당 대화재에 눈물·탄식 / 연합뉴스 (Yonhapnews)
아름답고 웅장한 노트르담 대성당 자리에는 원래 로마시대 신전이 있었다고 전하며, 루이 7세(재위 1137∼1180)가 기존 교회를 허물고 성당 건설을 시작했다. 1163년 착공해 1345년 축성식을 열었고, 이후에도 개축 공사가 이어졌다.
오랫동안 프랑스를 상징한 건축물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자 심하게 파손됐고, 비올레르뒤크(1814∼1879)가 19세기 중반에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현재 규모는 가로 48m, 세로 128m이며, 탑 높이는 69m다.
조은정 목포대 교수는 "고딕 양식에 대해 사용하는 상투적 표현인 '신앙과 이성의 결합'이나 '하늘과 땅의 결합', '영적인 것에 대한 열망'은 생드니 수도원장을 지낸 쉬제르(?∼1151)의 저서에 기반을 둔다"며 "이처럼 화려한 문구가 왜 고딕 양식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지 납득할 수 있는 곳이 노트르담 대성당"이라고 강조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지닌 고딕 양식 특징은 아치와 둥근 천장이다. 목조 지붕과 얇은 벽을 쓴 바실리카 건축 양식과 달리 석조 지붕을 올리다 보니 기둥과 벽을 보강하고 내부를 궁륭(둥그스름한 천장)으로 처리했다. 궁륭 교차부마다 보강재를 잇대어 갈비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조 교수는 "미술사 개론서를 보면 로마네스크는 수평적이고 고딕 양식은 수직적이라는 서술이 자주 나오지만, 고딕 건축의 날렵한 외관은 물리적 높이에서만 기인하지는 않는다"며 "고딕 양식 건축물은 로마네스크 건물보다 외관이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건물 외부에는 부벽(buttress, 벽체를 강화하려고 직각으로 돌출해 만든 벽)을 세웠는데, 측면을 뚫어 하늘로 비상하는 느낌을 더했다.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는 이 같은 '플라잉 버트레스'에 대해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처음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나, 유의미한 플라잉 버트레스로는 최초 사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라고 말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중요한 또 다른 건축 요소는 창문이다. 특히 '장미 창'으로 불리는 거대한 원형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하다.
조 교수는 "중세 장인들은 넓은 창마다 기하학적 문양과 식물 문양 등을 냈으며, 각각의 세부 구획에는 다시 화려한 빛깔의 색유리 조각으로 성경 속 사건과 인물을 묘사했다"며 "촛불이라는 제한된 인공 광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밝은 빛은 그 자체가 신비하고 숭고한 존재이자 종교 예식의 중요한 동반자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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