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업무방해' 공판…안종범·조윤선도 혐의 계속 부인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업무방해 사건 공판에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 위로를 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7시간 행적' 등에 대한 특조위의 조사 활동 방해를 지시한 혐의는 기억이 없다며 부인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2부(민철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세월호 특조위 업무방해사건 35회 공판을 열었다.
세월호 5주기 당일인 이날 법정에는 취재진을 포함해 평소보다 많은 30여명의 방청객이 찾았다.
증인석에 앉은 이 전 실장은 진술에 앞서 "마침 오늘이 4·16 5주기인데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동부지법에서는 세월호 특조위 설립과 활동 등을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이 전 실장·안종범 전 경제수석·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공판은 지난 기일에 이어 이 전 실장에 대한 증인 신문으로 시작됐다.
세월호 특조위가 활동하던 2015년 11월 작성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결과보고서 등 기록물이 증거로 제시됐고,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이 전 실장에게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을 누가 지시했는지 등을 물었다.
보고서에는 "세월호 특조위에서 사고 당일 VIP 행적을 전원위원회(11.16)에 조사 안건으로 채택을 시도하려고 하니 해수부가 책임지고 대응 및 제어할 것", "세월호 특조위가 청와대 대응 5개 사항(VIP 7시간 행적 포함)을 조사하는 내용의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은 명백한 일탈·월권 행위인 만큼 해수부 중심으로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경제수석)" 등 내용이 쓰여 있었다.
검찰 측은 이 같은 내용을 이 전 실장이 지시한 것인지, 괄호 안에 기재된 대로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 전 수석이 지시한 것인지 등을 물었고 이 전 실장은 "지시한 기억이 없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등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전 실장은 당시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실 행정관의 수첩에 적힌 "당당하게 나서라 하라"는 내용에 대해선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그는 이른바 '대통령 7시간 행적' 의혹에 대해 박 전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나서시라'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창피한 얘기지만 (박 전) 대통령을 한 번도 독대해보지 못했다"며 세월호 인양문제와 사고 다음 날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에 관해 박 전 대통령과 마찰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실장에 이어 증인석에 앉은 안 전 수석은 세월호 특조위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보고서를 보면 (경제수석을 대상으로 한) 지시사항들이 많은데 이를 지시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냐"고 묻자, 안 전 수석은 "일단 (회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게 기본이고, 또 대통령에게서 세월호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증인신문을 받은 조 전 수석은 해수부가 당시 정무수석실의 소관부처가 아니었기 때문에 특조위의 설립과 활동을 잘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다른 조찬회의를 주재해야 할 경우가 많아 수석비서관회의에는 양해를 구하고 불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자신은 특조위 활동 대응방안 등이 논의됐던 회의와는 관련성이 적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재판부는 "다음 기일이나 그다음 기일에 최후변론을 진행할지 생각 중"이라며 이르면 5월 안에 재판을 종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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