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소설 '로야' 이야기는 99% 사실이에요"

입력 2019-04-16 15:30  

"자전적소설 '로야' 이야기는 99% 사실이에요"
세계문학상 대상 다이앤 리 "읽고 마음 따뜻해지기 바라며 썼죠"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끼워 맞춘 게 아니라 99%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사실이에요. 99%는 사실이고 나머지 1%는 소설이니까 날짜가 조금 다를 거예요. 시간순서는 그대로예요."
자전적 소설 '로야'로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받은 캐나다 교포 다이앤 리 작가(45)가 작품 속 이야기가 어디까지 실화인지 묻자 내놓은 대답이다. 그는 재외동포로는 역대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중구 세종대로 한 음식점에서 16일 만난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 '나'의 모습 그대로였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죽을 것 같은 고통과 싸우며 과거 아픈 기억마저 이겨낸, 언뜻 마르고 약해 보이는 외양이지만 강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고통 속에서 폭력으로 상처받은 어린 시절과 마주치고 부모와 정서적인 거리를 떠올리게 됐다. 자신의 상처를 돌보는 대신 폭력적이었던 선친에 시달렸던 어머니를 감싸는 데 몰두했던 자아를 새삼 발견한다.
소설은 작가와 99% 동일체인 '나'가 사고에서 회복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관계'를 새롭게 이해해가고 상처를 보듬으며 어머니와 소통의 계기를 만들어가는 얘기를 다룬다. 모녀 관계에서 '나'는 늘 '말하지 못하는 자'이고 어머니는 '듣지 못하는 자'이지만 가족은 진화한다. '엄마'는 놓을 수 없는 끈이다.
실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극적이다. 작가조차 "내 얘기지만 너무 해"라며 웃는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담담한 톤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인위적인 것은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스럽게 '의식의 흐름'에 펜을 맡겼다. 실제 그는 정신분석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았다.
리 작가는 "누구나 드라마 쓸 수 있고 자극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작고 놓치기 쉬운 자극에도 (독자들이) 큰 균열을 볼 수 있는 민감한 상태가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그런 게 필요하다"면서 "큰 사고가 나고 나서 깨닫는 것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설 제목 '로야'는 페르시아어로 '꿈'이라는 의미다. 소설 속 주인공의 딸 이름도 '로야'다. 소설을 읽다 보면 꿈 얘기가 실제로 많이 나온다. 그는 "그 꿈이 100% 사실이다. 내가 다 꾼 꿈이다. 나의 기록"이라고 했다.
왜 페르시아어를 제목에 썼을까. 작가 남편은 20대에 캐나다에 온 이란 출신 이민자다. 작가는 "로야는 우리가 꾸는 꿈이고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소설로 펴냈지만 "연민을 구하고자 쓴 소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사고 후유증이 거의 다 나은 뒤에 집필을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리 작가는 소설을 쓴 동기에 대해 "동정을 얻기 위한 게 아니다. 읽은 사람이 아프지 않고 마음이 따뜻해지기 바라며 글을 썼다"고 말했다.
직업 소설가의 길에 들어선 리 작가는 이미 차기작도 시작했다. 중간 정도 원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대학원까지 한국에서 다녔으나 한국어는 약간 서툰 듯했다. 20년간 우리 말을 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는 영어가 편하지만, 글은 꼭 한국어로 쓴다. 모국어인 한국어의 근간이 영어보다 훨씬 튼튼해서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한국 문장을 쓴 뒤에 (의미가) 명확한지 영어로 번역을 해놓고, 영어로 말이 되면 그 문장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리 작가는 2001년 캐나다 밴쿠버로 이주해 남편, 딸과 함께 산다. 밴쿠버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이사로 일한다. 5천만원의 고료를 상금으로 받은 그는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딸의 의대 등록금에 상금을 보태겠다고 했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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