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로리 관장 "설립 당시 실험성 회복…한국·아시아 중요"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현대미술 메카이자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명소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오는 10월 실험적인 공간으로 거듭난다.
오는 6월 15일 공사에 들어가는 MoMA는 10월 21일 재개관하며 다양한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인다. 재개관과 함께 양혜규 설치작품도 공개한다.
공사를 마치면 갤러리 공간이 약 37% 확장돼 전시 작품 수도 많이 늘어난다.
글렌 로리 MoMA 관장은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언더스테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로리 관장은 "MoMA는 미술관이 보물 저장장소로 인식되던 90년 전 시각예술의 실험실을 만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며 "이번 확장은 단순히 공간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 다양한 지역 작품,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며 "현재 갤러리에 소장품 중 1천500여점이 전시돼 있는데 확장 후에는 2천500여점이 전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5년 MoMA 관장으로 취임한 글렌 로리는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현재 12만4천 평방피트인 갤러리 면적은 공사가 끝나면 약 4만6천 평방피트(약 1천300평) 늘어나 17만 평방피트가 된다. 미술관 총면적은 기존 65만 평방피트에서 70만 평방피트로 확장된다.
미술관 중심부에는 최첨단 설비와 음향설비를 갖춰 다양한 실험적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들어선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바로 옆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과 어우러지게 된다.
로리 관장은 "지금까지 다소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였다면 이제는 모든 매체가 서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전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술관 전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의도다.
더 다채로운 작품을 다루고 관람객들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전시 작품도 6~9개월마다 새롭게 배치한다.
이번 공사 설계는 뉴욕 하이라인 파크 등 여러 독특한 건축물 디자인에 참여한 건축가그룹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가 맡았다.
로리 관장은 MoMA 재개관을 한국에 와서 직접 소개하는 것에 대해 "관람객 중 한국인이 매우 많고 직원도 많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아주 중요하다. MoMA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카드와의 인연도 언급했다. 현대카드는 10년 전부터 MoMA를 후원해왔으며, 이번 재개관 작업도 지원한다. 이날 행사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참석했다.
MoMA는 앞으로 일본, 아르헨티나,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재개관 설명 행사를 열 계획이다.
로리 관장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미술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그는 "MoMA는 10년 이상 한국, 중국, 일본 작가 작품을 수집해왔으며 아시아 작가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양혜규 등과 중요한 프로젝트를 함께 할 것이고, 재개관 전시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관람객들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러왔다가 양혜규 작가의 작품 보고 가슴이 뛰면서 돌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혜규는 재개관 전시에서 소리 나는 여섯개 구조물로 만든 설치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자가 안무와 함께 바퀴가 달린 구조물을 일정한 시간 간격에 따라 밀면서 이동하고, 공간에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기간 녹음된 새소리가 흐른다고 MoMA는 소개했다.
로리 관장은 "여러 지역 예술이 더욱 세계적인 무대에서 서로 어우러지길 바란다"며 "목표는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세계 여러 작품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를 시작하며 "어제 발생한 노트르담대성당 화재에 대한 심심한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며 "프랑스 국민들이 큰 의미가 있는 성당을 잘 복원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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