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탯줄 자르고 아빠 역할 해왔다"…생모 "정자 제공자일 뿐"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12년 전 레즈비언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정자를 제공한 한 호주 남성이 '아버지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 이를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다.
로버트 매슨(가명) 씨는 오랜 지기인 수전 파슨스(가명) 씨에게 정자를 제공했고 인공수정을 통해 2007년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매슨 씨는 '딸'은 물론 생모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7년 파슨스 씨와 동성 파트너가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매슨 씨는 자신의 부권을 주장하며 '딸'이 호주를 떠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날 때 탯줄을 잘랐고 함께 휴가 여행도 가고 발레 연습도 수없이 따라다녔다. 딸도 나를 '아빠'라고 불러왔다"면서 "그런 나를 '정자 제공자'로만 간주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의 출생증명서에는 매슨 씨가 '아버지'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생모인 파슨스 씨는 매슨 씨는 단지 정자 제공자일 뿐 아버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호주에는 '부모'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어 매슨 씨의 소송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공된 정자로 인공수정을 통해 자녀를 낳고 기른 동성 부부의 '친권'과 정자 제공 남성의 '부권'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법률에 의하면 생모와 배우자 관계가 없는 정자 제공자는 아예 부권을 갖지 못한다. 반면 호주 연방법에는 정자 제공자가 부모 역할을 수행한 경우 부권을 가질 수도 있는 법적 여지가 있다.
매슨 씨는 1심에서는 연방법 규정으로 승소했으나 2심인 가정법원 판결에서는 NSW주법이 적용돼 패소했다.
그는 2심 판결에 불복해 호주연방대법원에 상고했고 이에 대한 최종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dc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