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묵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장 "국제이해교육으로 세계평화 기여
27년간 유네스코에서 활동한 정통 '유네스코맨'
"세계적으로 세계시민교육 수요증가…더 많은 관심·지원 필요"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우리나라는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민주화를 경험했습니다. 변화의 밑바탕에는 교육의 역할이 컸죠. 한국전쟁 이후 국내 교육 재건에 기초를 닦아준 것이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입니다. 유네스코로부터 받은 도움을 전 세계에 돌려줄 수 있는 분야는 국제이해교육이 아닐까요. 한국이 교육을 통해 세계평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죠."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유네스코 아태교육원) 임현묵 원장은 16일 구로구 유네스코 아태교육원 집무실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 수행을 위해 더 많은 정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임 원장은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덴버대학교 국제정치학 석사학위, 서강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2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입사했다.
이후 이곳에서 국제협력본부장, 정책사업본부장, 교육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국내 유네스코 전문가 중 한명으로 성장했다.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은 우리 정부와 유네스코 본부 간 협정을 맺어 2000년에 설립된 유네스코 산하기관으로 현재 세계시민교육, 국제이해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 중이다.
다음은 임 원장과의 일문일답.
-- 3년간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을 이끌게 되셨다. 취임 소감을 듣고 싶다.
▲ 유네스코에서 오래 일했지만, 평소에 유네스코 활동 중 핵심은 국제이해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원장직에 지원하면서 유네스코 사업의 핵심인 국제이해교육, 세계시민교육 사업에 뜻을 펼쳐보고 싶다고 밝혔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큰 책임을 맡게 됐다.
--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은 사실 일반인에게 생소한 기관이다.
▲ 대부분의 사람이 유네스코 하면 '세계문화유산 보호'를 떠올린다. 사실 유네스코의 목적은 교육, 과학, 문화라는 세 가지 수단을 통해 인간의 정신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유엔이 정치·군사적인 수단으로 세계평화를 추구한다면 유네스코는 앞서 말한 수단, 즉 인간의 정신과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을 통해 평화를 진작하는 기구다. 이중 핵심 사업이 국제이해교육이다. 우리 기관은 전 세계 유네스코 산하기관 중 유일하게 세계시민교육을 전문으로 일하고 있다.
-- 전 세계에 유일한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이 한국에 설립된 계기가 궁금하다.
▲ 유네스코가 한국에서 활동하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유네스코는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었고 우리나라 교육 재건에 큰 힘을 쏟았다. 동작구 대방동에 국정교과서 인쇄공장을 지어준 것도 유네스코다. 우리나라는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민주화를 경험했다. 변화의 밑바탕에는 교육의 역할이 컸다. 어떻게 보면 유네스코가 교육 재건에 기초를 닦아줬고 이를 통해 한국과 유네스코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교육부가 유네스코로부터 받은 도움을 어떻게 전 세계에 돌려줄 것인가 고민했고 국제이해교육, 세계시민교육 분야에 기여를 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우리 기관이 설립됐다.
-- 세계시민교육은 다문화 교육과 어떤 차이가 있나.
▲ 다문화 교육의 핵심이 문화 다양성 존중이라면 세계시민교육은 이를 포괄하는 더 큰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계시민교육은 인권, 평화, 문화 다양성, 더 나아가 환경·생태계 보호, 지속가능성까지 포괄한다. 이제 양성평등까지 개념이 확장 중이다. 민족과 국가의 개념을 넘어선 연대의식이라고나 할까. '같은 인류로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책임을 느끼고 이를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 근본 취지라고 할 수 있다.
-- 세계화 시대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 내에서 다양성과 세계 연대의식에 대한 반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교육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 유네스코는 세계평화와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70년간 노력 중이다. 사실 유네스코의 이상은 달성하기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교육과 함께 정치, 경제 분야에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
-- 올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이 있다면
▲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은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간다. 연구 활동, 교사 연수, 교사 교류가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이 맞물려 잘 돌아갈 때 세계시민교육의 효과가 극대화가 된다. 이곳에 와서 보니 연수와 교류의 톱니바퀴는 활성화되어 있는데 연구 활동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연구하는 기관 내 전문가를 초청해 연구, 세미나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려고 한다.
-- 유네스코 아태교육원 활동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 유네스코 아태교육원 직원이 30여명 정도다. 설립 초반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세계시민교육을 위해 설립했는데 갈수록 이 분야의 수요가 늘고 있다. 사실 교육을 해달라며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도 요청이 들어온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하고 삶이 각박해지면서 타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줄어드는 상황이 반영된 것 같다. 전 세계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데 아직 우리 기관이 이를 모두 수용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하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우리 기관을 만든 만큼 더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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