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착공 울산 다운2 공공주택지구 '대형 수해' 우려

입력 2019-04-17 10:55   수정 2019-04-17 11:20

10년만에 착공 울산 다운2 공공주택지구 '대형 수해' 우려
중구·구의원 "완공땐 하천 하류에 수만명 거주…태풍 '차바' 수해 반복될라"
LH 측 "수해 대응 충분…사업지구 아닌 하천은 정비 대상 제외"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사업 계획 10년 만에 착공한 울산 다운2 공공주택지구가 완공되면 폭우 시 저지대 침수로 태풍 '차바' 때와 비슷한 대형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해당 지자체인 중구와 중구의원들은 당장 수해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수해 대응이 설계에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태도여서 향후 갈등이 깊어질 분위기다.
17일 울산시 중구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12월 다운2지구 착공계를 내고 현재 문화재 조사 중이다.
이르면 다음 달 본격적인 착공 단계에 들어가 2020년 6월 완공 예정이다.
중구 다운동과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척과리 일원 186만6천㎡ 부지에 8천17억원을 들여 3만4천800명가량을 수용하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등 1만3천779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현재 임야, 농지인 해당 부지가 완공 후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바뀌면서 폭우 시 저지대 침수 등 수해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LH는 2016년 10월 태풍 차바 수해 때 울산혁신도시와 관련해 비슷한 논란을 이미 겪은 바 있다.
당시 시간당 최대 139㎜ 비가 내리면서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태화·우정시장 일대 300여 개 점포와 노점이 대부분 물에 잠겼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이후 주민과 상인들은 태화·우정시장 위쪽 임야를 깎아 조성된 혁신도시가 빗물을 흡수하지 못해 피해가 컸고 우수저류조(빗물 저장소)를 부실하게 조성하는 등 재해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침수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결국 2017년 11월 혁신도시 사업 주체인 LH 등을 상대로 100억원대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사례가 있기 때문에 해당 구청과 구의원, 주민들은 다운2지구 역시 수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담당 지자체인 중구는 특히 다운2지구 옆으로 흐르는 척과천이 범람할 경우 수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태화강과 합류하는 척과천 하류인 다운동과 태화동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학교 등이 밀집해 주민 수만 명이 거주하고 있어 수해가 나면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
다운동의 한 주민은 "태풍 차바 때도 비가 조금만 더 내렸으면 아파트와 주택이 완전히 물에 잠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수해 방지를 위해 지난해 LH 측에 척과천 정비 의향을 물었으나 LH 측은 척과천이 사업지구 내 포함되지 않아 정비 대상이 아니라고 답신했다.
LH 관계자는 "범등골천, 시계천, 입하천 등 3개 소하천은 사업지구 안에 있어 정비 계획이지만 척과천은 지자체가 정비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LH는 또 재해 영향성 검토를 통해 50년 빈도(50년 만에 한 번 내릴 확률인 강우량)에 맞춘 우수저류조 3곳(홍수조절용량 총 8만9천234t가량)을 설계하는 등 홍수 대비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구와 기초의원 등은 척과천 중·상류에 대규모 공공주택을 짓는 LH 측의 대비가 충분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지근 중구의회 의원은 "척과천이 사업지구에 속하는지 아닌지를 떠나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수해 발생 시 LH 측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LH가 지자체나 의회와 함께 대책을 논의하지 않으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cant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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