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녹지병원 숱한 논란 낳고 허가취소…2라운드 소송전 가능성

입력 2019-04-17 11:46   수정 2019-04-17 11:46

제주녹지병원 숱한 논란 낳고 허가취소…2라운드 소송전 가능성
국내자본 우회진출 논란·의료체계 붕괴 우려로 갈등 표출
제주도, "차질 빚는 헬스케어타운 조성공사 정상화 방안 찾을 것"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개설허가가 취소된 제주녹지국제병원은 그간 국내 자본의 외국계 의료기관 우회 진출 등 숱한 논란과 갈등을 낳았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녹지병원이 국내 법인과 의료기관이 외국계 영리병원에 우회 진출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면서 병원허가 취소를 요구해 왔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녹지제주는 환자 송출과 사후관리, 의료 장비 판매 등 녹지병원의 모든 사업이 중국 비씨씨(BCC), 일본 이데아(IDEA)가 진행하도록 협약했다.
중국 비씨씨의 연결 회사인 한 의료기관은 2014년 7월 한국 의료기관과 함께 서울에 의료법인을 설립했다.
운동본부는 "국내 의료기관을 설립한 중국 비씨씨가 녹지병원 운영에 참여하게 되면 사실상 국내 법인과 의료기관의 우회 진출 통로를 제도화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실제 녹지제주는 중국 비씨씨와 일본 이데아와 함께 자회사인 그린란드 헬스케어 설립을 추진했다가 우회 진출 논란이 일자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녹지병원 운영 주체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의 사업계획서상으로 볼 때 어떠한 우회 진출 논란도 없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도 2015년 12월 28일 자 '외국의료기관(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승인 여부 결정 결과 통보' 공문에서 복지부는 녹지제주에 대해 '외국인 투자 비율 100%, 자본금 2천만달러(한화 225억원)인 외국인 투자법인'이라고 명시했다.


국내 의료보험 체계의 붕괴 우려 논란도 일었다.
만약 영리병원에서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다면 기존 의료보험 체계를 유지하는 병원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원희룡 제주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도민 여론조사 결과로 도출한 불허 권고 사항을 뒤집고 녹지병원에 대해 조건부로 개설해줬다가 큰 도민갈등을 초래했다.
이어 원 지사는 17일 녹지병원이 3개월 내 개원하지 않은 점이 의료법상 개설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개설허가 취소처분을 했다.
녹지병원 개원 문제는 법적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녹지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는 이번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처분에 대해 반발해 허가 취소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녹지제주는 이미 지난 2월 도의 외국인 전용의 조건부 허가에 대해 취소소송을 낸 바 있다.
녹지제주가 개설허가 취소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경우 도가 의료법상 개원 취소를 했더라도 녹지병원의 최종 개원 운명이 법원 결정에 따라 뒤바뀔 수도 있다.
녹지가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을 들어 국제적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녹지는 지난 3월 개원 취소 전 청문에서 "도가 개원 허가를 장기간 지연해 오다 예상에도 없이 조건부 허가 처분을 내 한·중FTA 투자협정으로 보호받고 있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오히려 손실을 보전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주헬스케어타운 2단계 조성사업에서 녹지병원이 빠지면 숙박시설만 남아 애초 취지대로 의료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논란도 있다.
녹지병원 등 의료관광시설을 핵심으로 한 제주헬스케어타운은 2008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개발사업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JDC는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원 153만9천339㎡ 부지에 의료시설과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구상했다.
JDC에 사업을 이어받은 녹지제주는 2012년 첫 삽을 떴다. 애초 지난해 말 모든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정부가 자본의 해외 유출을 규제하면서 2017년 6월부터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현재 헬스케어타운은 콘도미니엄(400세대)과 힐링타운(228실) 등 숙박시설만 조성돼 운영 중이다.
영리병원이 개설 허가가 취소되자 토지를 제공한 지역주민들은 제주헬스케어타운 추가 공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법적 문제와는 별도로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헬스케어타운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녹지 측과 지속해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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