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27일 광화문 광장서 대규모 기념 축제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100주년 기념사업 발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올해 10월 27일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조선 최초의 영화로 꼽히는 '의리적(義理的) 구토(仇討)'가 1919년 10월 27일 서울 종로의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됐다.
'의리적 구토'는 극단 신극좌를 이끌던 김도산이 각본·감독·주연을 맡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쇄극(실연과 영화를 섞어 상영하는 극)으로, 간악한 계모에 맞서 가문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이 응보의 칼을 뽑아 든다는 내용이다. 당시 단성사 사장이던 박승필이 제작비를 댄, 한국인 순수 자본으로 제작된 첫 영화다.
1962년 공보부는 이 작품이 상영된 날을 한국영화 기점으로 보고 '영화의 날'로 제정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1963년부터 매년 이날을 전후로 기념행사를 해왔다.
오는 10월 27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영화 100년 기념 페스티벌'이 열린다. '의리적 구토'를 모티프로 한 기념공연과 영화 촬영현장 재현, 타임캡슐 봉인식 등이 진행된다. 전날인 26일에는 광장 곳곳에서 전시와 함께 한국영화음악 축제가 펼쳐진다.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17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100년 기념사업을 발표했다.
장미희 공동위원장은 "저항정신과 자유, 자유에 대한 표현과 탐구는 한국영화의 심장이며, 그러한 정신적 지형은 1919년 10월 27일을 기점으로 시작됐다"면서 "자신의 삶을 헌신적으로 바친 개척 영화인들과 존경하는 영화적 스승들과 함께 진지하고 엄숙하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렘을 축하하는 장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장호 공동위원장은 "올해 100년을 맞아 영화계가 가진 문제점, 특히 선배영화인들과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영화인들 사이의 단절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영화가 오직 돈의 논리와 시스템으로 제작되다 보니 다양성이 없고 작가 성향이 철저히 배제된 영화들이 나오며, 세대 간 단절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한 뒤 "지금 재벌기업이 독점한 제작·투자·배급 문제의 많은 부분이 시정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요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영화 감독 100명이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100초짜리 영상 100편을 옴니버스 영화로 제작한다. 이미례·이정향 감독을 포함해 여성 감독 50명과 김수용·이두용·강제규·이준익·윤제균 등 남성 감독 50명이 참여해 5월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추진위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행사 전 100일부터 매일 한편씩 유튜브를 통해 한편씩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과 더불어 단행본 출판물, 인명사전도 제작되며 기념 우표도 발행된다.
10월 중에는 세계 각국 한국영화학자 등이 참석해 한국영화 탄생과 기원을 살펴보는 국제학술세미나도 열린다.
해외에도 한국영화 100년을 알린다. 추진위는 국내 영화제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제와 연계해 특별상영회를 여는 한편, 세계 각 지역 재외공관에서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특별상영회를 열 계획이다.
한국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필름 영화를 발굴해 디지털로 복원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추진위는 "남북문화 교류가 활성화돼 영화 분야 교류가 추진되면 북한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 필름 등을 찾아 디지털로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에는 영화발전기금 예산 15억7천만원이 배정됐다. 예산 부족 문제와 관련, 오석근 사업추진위 부위원장(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사업별로 후원, 협찬을 통해 부족한 사업비를 메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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