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물산 김모 전 대표 측 법정서 주장…검찰, 인과관계 입증 주력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가습기 살균제 납품업체인 김모 필러물산의 전 대표 측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7일 김 전 대표와 김모 필러물산 전 공장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 기일을 진행했다.
필러물산은 SK케미칼의 하청업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CMIT·MIT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등을 만든 뒤 납품했고, 이를 애경산업이 받아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냈지만, 원료로 사용한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동안 관계 업체들이 처벌받지 않았다.
이날도 김 전 대표 측은 "CMIT·MIT의 유해성이 객관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또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함에 있어 SK케미칼과 애경으로부터 어떤 물질이 사용되는지 첨부 받지 못했고, 작업지시서에 따라 제조했을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여기에 "공소시효 및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옥시와 관련된 부분은 그 업체와는 거래가 없었으니 공범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변론하기도 했다.
이마트 PB상품으로 납품한 혐의에 대해서는 "실제 납품을 준비한 것은 맞으나 납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김 전 대표 측은 CMIT·MIT에 유해성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논문과 안전성 가이드 등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모두 부동의했다.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요건인 결과 발생, 주의의무 위반, 인과관계 중 피해자 사망 및 상해라는 결과 발생 자체에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대신 제조업체 등이 주의의무를 어겼는지와 피해자의 사망·상해와 가습기 살균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및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 피해자들, 박영철 대구가톨릭대 응용화학과 교수를 비롯해 CMIT·MIT 유해성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 및 교수들, 피해 판정을 내린 의사들과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한 노승권 유공(현 SK이노베이션) 팀장, 흡입독성 시험을 한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검찰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 또한 현재 수사하고 있고,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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