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기량 뿐 아니라 학업, 인성 교육 등 전인 교육 지향"
"투어 선수·프레지던츠컵 부단장·올림픽 감독 직분도 충실"
(힐턴 헤드 아일랜드[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맨주먹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정말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 헤드 아일랜드에 있는 하버 타운 골프 링크스 클럽 하우스에서 마주 앉은 최경주(49)는 불쑥 "난 참 많은 걸 받은 사람"이라면서 "받은 걸 가장 효율적으로 갚고자 한다"고 말을 꺼냈다.
최경주는 18일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 헤리티지에 출전한다.
올해는 20년 동안 활동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사실상 마지막 시즌이다.
내년 5월부터는 시니어투어인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뛴다.
통산 상금, 통산 300회 이상 컷 통과 등으로 2021년까지 PGA투어 카드를 유지하지만, 내년부터는 시니어투어에 주력할 생각이다. PGA투어는 연간 10차례가량만 출전한다는 복안이다.
"올해까지는 어쨌든 PGA투어에 전념해야 한다. 시니어투어에 넘어가는 내년부터는 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생긴다. 그동안 마음속에만 담아뒀던 일을 시작하겠다"
최경주는 미국에 근사한 주니어 골프 아카데미를 세울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벌써 3, 4년 전부터 마음속으로 구상에 구상을 거듭했다고 했다.
굳이 주니어 골프 아카데미를 세우려는 이유를 물었다.
"매년 최경주 재단 꿈나무를 데리고 겨울 훈련을 다녔다. 훈련 때 골프 기술보다 더 강조한 건 공부였다. 최소한 국어, 영어, 수학은 꼭 공부하라고 다그쳤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겨울 훈련이 끝나면 공부와 담을 쌓고 골프만 치는 생활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최경주는 완벽한 골프 훈련 시설뿐 아니라 학업과 인성 함양 등 전인교육이 가능한 골프 아카데미를 구상하고 있다.
"공부와 담쌓고 골프 기계로 키우는 한국의 골프 선수 양성 방식은 한계가 있다. 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이 창의적인 골프를 하는 이유는 공부를 먼저 했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아들 둘을 모두 주니어 골프 선수로 키웠기에 누구보다 미국 주니어 골프 육성 시스템을 잘 안다.
"미국 주니어 선수는 학교 끝나고 나서야 연습을 할 수 있다. 여름이면 그럭저럭 3시간쯤 연습할 수 있지만, 겨울이면 1시간이 고작이다. 다들 짧은 시간에 연습을 효율적으로 하는 데 익숙하다"
최경주가 세우려는 골프 아카데미는 학교가 끝난 뒤 훈련을 하는 미국식으로 운영한다는 게 뼈대다.
"나도 빈주먹이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동안 쌓은 지식, 경험, 기술, 그리고 돈과 명성을 다 쏟아부어 제대로 된 골프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으로 받은 걸 갚겠다"
최경주는 이미 플로리다주 탬파 지역을 후보지로 점 찍어놨다.
기후, 교육 환경, 땅값 등등을 다 고려해보니 거기가 제일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경주는 골프 아카데미 설립 작업은 일러야 내년 8월 이후에야 시작할 예정이다. 하루빨리 착수하고 싶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첫째는 PGA투어 활동이다.
최경주는 "가능하면 더 오랫동안 PGA투어 카드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시니어투어에서 뛰면서도 PGA투어를 병행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성적이 받쳐줘야 한다. 올해 무려 18㎏을 감량하고 몸과 스윙을 모두 다 바꾼 이유다.
"내년 마스터스 출전을 노려보겠다. 마흔네살 타이거 우즈는 메이저대회 우승도 하는데…바꾼 몸에 스윙이 점차 편해지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그리고 투어 대회 우승, 내게도 가능한 일이다"
US오픈 예선까지 일정에 넣어놓았을 만큼 최경주는 가능하면 많은 대회에 출전하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두 번째는 올해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 부단장의 직분이다.
프레지던츠컵 부단장은 두 번째지만 처음 맡았던 2015년 대회 때보다 할 일이 곱절도 넘는다. 단장 어니 엘스가 워낙 최경주를 신뢰하고 일을 맡기기 때문이다.
"단장을 맡은 엘스와는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다. 인터내셔널 팀은 지금까지 남아공, 호주 선수가 주력이었지만 올해는 아시아 선수들이 주축이 될 것 같아서다. 엘스가 아시아 선수는 나더러 좀 맡아달라고 한다"
올해 프레지던츠컵 미국팀 단장이 타이거 우즈다. 최경주는 "단장이 선수로 뛸 판"이라고 웃었다.
프레지던츠컵이 끝나도 쉴 틈이 없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준비에 나서야 한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도쿄 올림픽에서도 남자 골프팀 감독을 맡는다.
"올림픽 골프는 누가 선수로 출전할지가 내년 봄에야 윤곽이 드러난다. 감독이지만 선수를 지도할 일도 없다. 그렇지만 투어에 바쁜 선수 대신 코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를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건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코스 답사를 포함해 출전 선수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뒷받침하는 막중한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비로소 최경주 골프 아카데미 설립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는 "모든 게 순조롭다면 3, 4년이면 완성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그때쯤이면 투어 선수 최경주에서 지도자 최경주로 변신해 있을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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