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상 떠난 탤런 교수, 수년 전 대성당 레이저로 정밀 스캔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화마가 삼키기 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을 0.1인치까지 세세하게 담아낸 3D 자료가 있어 대성당 복원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미국 배서대 예술사학자인 앤드루 탤런 교수는 지난 2011∼2012년 노트르담 대성당의 내외부를 레이저 장치를 이용해 정밀하게 스캔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탤런 교수가 남긴 방대한 용량의 이 3D 실측 자료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구조에 대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자료"라고 AFP통신은 표현했다.
탤런 교수는 대성당 안팎 50개가 넘는 지점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레이저 빔을 쏴서 벽과 기둥, 조각 등 다양한 구조물간의 거리와 같은 공간 정보를 측정했다.
이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변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과 같은 원리라고 CNN은 관련 전문가를 인용해 설명했다.
이렇게 모인 수십억 개의 점 자료를 소프트웨어로 조합해 대성당의 모습을 5㎜ 단위까지 세세하게 3D 모형으로 재현할 수 있다.
당시 이러한 작업을 통해 탤런 교수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구조적인 특징도 밝혀냈다.
대성당 서측 내부 기둥이 곧게 서 있지 않다는 사실도 이 레이저 스캔으로 확인됐다.
탤런 교수의 제자였던 린지 쿡 배서대 방문 조교수는 "탤런 교수는 레이저 스캔을 통해 건축물의 작은 균열이나 당대 건축가의 손길 등을 발견하는 일을 즐겼다"고 설명했다.
탤런 교수의 작업은 2013년 책으로도 출간됐고 이듬해 노트르담 대성당이 전시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상당량의 자료가 가공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디지털 형식으로 하드 드라이브에 담겨 있다.
그 어떤 사진이나 영상보다도 실제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은 자료인 만큼 향후 대성당 복원 작업에도 이 자료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재로 붕괴된 첨탑이나 상당 부분 손실된 지붕을 복원하는 데 특히 유용할 수 있다.
쿡 교수는 "배서대는 탤런 교수의 혁신적인 연구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프랑스 당국이 복원 과정에서 탤런 교수의 자료를 활용하고 싶어한다면 기꺼이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탤런 교수의 자료 원본은 배서대에 저장돼 있고, 탤런 교수의 '매핑 고딕' 프로젝트를 함께 한 미국 컬럼비아대에도 사본이 있다.
만약 프랑스에 자료를 전달할 경우 용량이 너무 커서 인터넷 전송은 불가능하고 인편으로 보내야 한다고 AFP는 설명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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