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내 첫 영리법인으로 추진됐던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가 끝내 취소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녹지병원 측은 조건부 개설허가 후 정당한 사유 없이 3개월의 기한을 넘기고도 개원하지 않았고 개원을 위한 실질적 노력도 없었다"면서 의료법에 따라 개설허가를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이 무산된 것이다. 영리병원은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동북아 의료허브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구상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법적으로 허용됐으나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녹지병원이 추진되면서 일각에서는 이 구상이 현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졌었다.
녹지병원 허가가 취소된 것에는 한국의 공적 의료시스템 붕괴를 우려한 시민단체 등의 반대 영향이 컸다. 영리병원이 제주도에서 진료를 시작하면 인천 송도를 비롯한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도 영리병원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이는 의료 양극화, 의료 공공성 훼손 등의 여러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걱정이었다.
이런 의견에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선진국보다 훨씬 낫다는 한국의 공적 의료시스템이 제주도의 녹지병원을 계기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국민들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주의 녹지병원이 공적 의료시스템을 흔드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관련 당국이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녹지병원은 2015년에 제주도를 거쳐 보건복지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2017년에는 778억원을 들여 병원건물을 완공했고 적지 않은 인력도 채용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도는 여론을 고려해 공론조사위원회에 판단을 물었고 '불허권고'가 나오자 외국인에 대해서만 의료행위를 하라는 조건부 허용을 발표하더니 이번에는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제주도와 정부 모두 신뢰저하라는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 녹지병원 측은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 제도를 이용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이런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다시는 이런 혼란이 없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외국인이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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