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현저히 해치거나 생명 위험 있어야 가능…까다로운 심의절차 예상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옛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수감 중인 박근혜(67) 전 대통령이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검찰이 이를 받아들일지 관심을 끈다.
17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은 검찰은 조만간 학계와 법조계, 의료계 인사들로 구성된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열어 형집행정지 여부를 심의할 방침이다.
심의위원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형집행정지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형사소송법은 건강을 현저히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에 형집행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수감자의 연령이 70세 이상이거나 임신·출산 등의 사유, 부양할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에도 형집행정지가 가능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심의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형집행정지 사유 중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가 현저히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의 질병인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반면 '국론 분열을 막고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이번 형집행정지가 필요하다'는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은 형집행정지와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어서 심의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 등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재판 중인 점도 형집행정지와는 무관하다.
형집행정지는 형을 확정받은 기결수가 검찰에 신청하면 법원의 판단 없이 검사의 지휘만으로 최종 결정된다. 결국 검찰이 형집행정지를 결정하면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남은 재판을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법조계와 의료계는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검찰의 무분별한 형집행정지 허가 관행으로 인해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 제도가 도입된 만큼 까다로운 심의절차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0년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인 윤 모씨가 허위진단서를 통해 장기간 형집행정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선 검찰청에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5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다만 비공개 검찰예규인 '자유형집행정지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심의결과는 권고적 효력만 갖기 때문에 검찰이 심의위원회와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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