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걸프해 건너 온 메뚜기떼 비상…"40년만에 최악"

입력 2019-04-17 21:19  

이란, 걸프해 건너 온 메뚜기떼 비상…"40년만에 최악"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남부 지역에 메뚜기 떼가 대규모로 창궐해 비상이 걸렸다.
이란 남부 호르무즈간 주정부는 17일(현지시간) "해마다 봄철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계절풍을 타고 건너온 메뚜기떼가 극성을 부리기는 하지만 올해는 40년 만에 최악이다"라며 "이 메뚜기떼가 작물을 갉아먹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예년에는 2천만∼3천만㎡가 방충 범위였는데 올해는 1억8천만㎡(서울의 약 3분의 1 면적)로 넓어졌다"며 "매일 1천만㎡씩 메뚜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스탄-바-발루치스탄 주정부는 이날 "최근 강수량이 충분했고 적당한 온도, 습도가 계속돼 메뚜기가 산란·서식하기 매우 알맞은 날씨였다"며 "16일부터 비행기를 이용해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 2개 주를 포함해 걸프 해역과 가까운 남부 6개 주가 메뚜기떼로 농작물 피해가 났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땅메뚜기'로 파악되는 이 곤충은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에서 주로 서식하는 데 사우디의 홍해 변과 중부 사막을 거쳐 걸프 해역을 넘어 이란과 파키스탄까지 북상해 농업에 해를 끼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1월부터 매달 이란 남부에 출현한 메뚜기 떼에 대해 주의보를 내렸으며 이달 들어 이란 전체를 4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위협'(의무적 감시·통제)으로 상향했다.
이란 남부 지역 일부와 사우디와 수단의 홍해 인접 지역은 현재 가장 높은 '위험'(집중 감시·통제) 단계다.
FAO는 이달 3일 낸 자료에서 "3월에 메뚜기가 이란 남부 해안 지대에 낳은 알이 부화해 이달 들어 성충 개체 수가 증가할 예정이다"라며 "이란은 물론 파키스탄도 방충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FAO에 따르면 이집트 땅메뚜기는 바람을 타면 하루에 150㎞까지 이동할 수 있다.
성충은 하루에 약 2g을 먹는데, 한 떼가 보통 수천만 마리인 탓에 소규모 떼라도 하루에 사람 3만5천명과 맞먹는 양의 작물을 먹을 수 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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