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강사 "본의 다르게 상처받은 학생에게 미안" 사과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광주 한 대학 시간 강사가 학생들의 경험을 토대로 성폭력을 정의하는 내용의 과제를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광주 모 대학교에 따르면 강사 A 씨는 지난 15일 '여성과 사회' 교양 과목 강의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성폭력에 대해 정의하시오'라는 제목의 과제를 냈다.
A씨는 "대학 생활하면서 여러 유형의 성폭력을 겪어 봤을 것이다. 그중 자신이 겪은 성희롱을 중심으로 성폭력의 정의를 내려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A씨는 "MT, 축제, 술자리, 아르바이트, 군대 생활 등 경험을 서술하면 되고 문제점과 예방책까지 곁들이면 더 좋다"며 "제출한 자료는 앞으로 학내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설명 끝에는 '비밀보장'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대학 온라인 학사 게시판에 오른 과제 설명을 캡처한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퍼지면서 비난이 나왔다.
"과제 자체가 성폭력",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이름을 써서 과제를 제출하는데 익명 보장이 되겠느냐"는 등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학생은 A 씨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제는 삭제됐다.
이날 예정된 후속 강의에서는 학과장, 교내 양성평등센터 관계자가 들어가 학생들과 면담하기로 했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학과나 대학 차원에서도 적절하지 않은 과제였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학생 면담 결과를 토대로 A 씨에게 수업을 맡길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본의와 다르게 상처받은 학생들에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대학 측 조사과정에 성실히 응해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해명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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