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쪽으로 갈라진 바른미래…'선거제 패스트트랙' 표결처리 무산(종합2보)

입력 2019-04-18 16:46   수정 2019-04-18 16:55

두 쪽으로 갈라진 바른미래…'선거제 패스트트랙' 표결처리 무산(종합2보)
"패스트트랙 추진" vs "놀아날 이유 없다"…고성·몸싸움 '아수라장' 된 의총
손학규 퇴진론 찬반 팽팽…孫, 호남신당설 적극 해명 "지금은 아냐"
이언주, 의총장 앞서 진입 제지 당하자 "당신들 수장이 누구냐" 거센 항의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방현덕 이은정 기자 = 아슬아슬한 살얼음판 싸움을 이어오던 바른미래당이 18일 의원총회에서 결국 정면충돌하며 두 쪽으로 갈라졌다.
지난 4·3 보궐선거 참패로 터져 나온 손학규 대표 퇴진론에 더해 공직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으로 처리할 것이냐를 놓고 찬반으로 갈라지며 파열음을 낸 것이다.
이면에는 안철수 전 의원 중심의 옛 국민의당계와 유승민 의원의 바른정당계간 애써 눌러뒀던 태생적 차이가 총선을 앞두고 당의 진로와 맞물려 분출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손 대표가 '제3지대론' 작업의 일환으로 호남을 주축으로 한 신당 창당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바른정당계를 자극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러한 손 대표의 행보가 '해당(害黨) 행위'라며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출신 일부 중진의원들은 손 대표를 감싸며 지도부 사퇴론이야말로 당을 분열시키려는 획책이라며 반박했다.
양측간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나오면서 바른미래당이 사실상 분당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손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당 혼란에 죄송하다. 여러 정계개편설이 있지만, 거대 양당체제 극복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때가 아니다. 단합하자"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그러나 이언주 의원은 "제대로 된 중도보수 야당을 만들자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리멸렬한 상태가 됐고 계속해서 여당의 눈치를 보는 2중대로 전락했다"며 "즉각 당 대표직을 그만 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바른정당 출신인 유의동 의원도 "당의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고 가세했고, 지상욱 의원 역시 "호남 신당 창당과 관련한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 손 대표와 박주선 의원은 각성하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관영 원내대표가 "이 의원은 발언권이 없다. 참관만 허락한다"고 즉각 제지했다. 손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도 "하태경 의원이 대표라고 해도 당이 우선이기에 내 입장(지도부 체제 유지)에는 변함 없다"고 가세했다.
또 "대표를 흔드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박주선 의원), "이 의원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라"(임재훈 의원)는 등 국민의당계 다수가 손 대표를 엄호했다.
바른정당 출신 5선의 정병국 의원은 "대표 사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조기 퇴장하기도 했다.
손 대표를 '찌질하다'고 비판해 최근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 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서 의총장 진입을 막는 주최 측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의원은 의총장 문을 지키고 선 한 당직자에게 "이러려고 당원권을 정지했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 당신들 수장이 누구냐, 원내대표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수차례 몸싸움과 항의에도 입장이 불허돼 발이 묶인 이 의원은 이혜훈 의원이 입장하는 틈을 타 함께 의총장에 들어섰다.
이 의원이 일으킨 소란을 두고 당내에서는 "당원권 정지가 됐는데 무슨 염치로 왔는지 안타깝다. 이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임재훈 의원) 등 비난 발언도 나왔다.



지도부 총사퇴를 둘러싼 양측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정작 의총의 핵심 안건이었던 패스트트랙 문제는 회의 시작 후 1시간이 넘어서야 논의됐다.
원내 지도부는 앞서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3당과 마련한 패스트트랙 잠정 합의안에 대한 의견을 재차 수렴한 후 끝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표결까지 강행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격하게 반대하면서 표결처리는 결국 무산됐다.
특히 의총 도중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줘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기류는 표결 무산 쪽으로 기울었다.
유승민 전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는 합의안이 있다고 했지만 홍 원내대표는 그것을 부인했는데 과거에 이런 식으로는 합의하지 않았다"며 "최종합의 됐다는 것은 양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구체적 안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대표는 "이런 상태에서 바른미래당은 바보같이 의총을 하고 있다"며 "다수의 횡포로 밀어붙이자고 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되며 자기들의 선거에서 이익만 생각하는 사안에 우리가 놀아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 30분간 진행된 의총은 당내 분란만 공식화한 모양새가 됐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민주당과의 최종 합의사항을 전달하고 이를 추인받으려는 절차를 진행하려 했지만 홍 원내대표가 합의안을 번복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더는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와 관련해 양당간 조만간 최종 합의안을 만들어 문서화한 뒤 다시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민의당 출신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당직자 70여명은 이날 오후 마포에서 회동을 갖고 손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 사퇴론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gorious@yna.co.kr
두 쪽으로 갈라진 바른미래…'선거제 패스트트랙' 표결처리 무산 / 연합뉴스 (Yonhapnew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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