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야권 대선후보, 부정선거 의혹 제기…선거불복 여부 주목

입력 2019-04-18 11:53  

인니 야권 대선후보, 부정선거 의혹 제기…선거불복 여부 주목
프라보워 "공식 발표 기다려라"…시위·소요 우려는 다소 줄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야권 대선후보가 관권·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선거불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8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는 전날 밤 자카르타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다량의 투표용지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많은 투표소에서 오전 11시에야 투표가 시작됐고, 우리 지지자 다수는 투표 안내를 받지 못하는 등 문제를 겪었다. 기호 1번(조코위 대통령)에 기표가 된 투표용지들은 말할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발언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여당연합 소속 하원의원 후보에 기표가 된 투표용지 수만장이 발견된 사건을 꼬집는 동시에 정부·여당이 야권 우세지역의 투표를 방해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프라보워 후보는 이 자리에서 32만개 투표소의 실제 개표결과를 집계한 결과 자신과 러닝메이트인 산디아가 우노 전 자카르타 부지사가 62%를 득표해 조코위 대통령을 큰 폭으로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조코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마룹 아민 울레마협의회(MUI) 의장이 55% 내외의 득표율로 대선 승리가 유력하다는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의 표본개표 결과와 반대되는 주장이다.
프라보워 진영은 작년부터 선거 당국과 여론조사기관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부정선거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정치 전문가들은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관권선거나 개표 조작 등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본다.
일각에선 야권 지지자들이 대규모 시위와 소요사태를 벌일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현재까지는 특별한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
프라보워 후보도 지지자들에게 선거관리위원회(KPU)가 공식 개표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무정부주의적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코위 대통령 측은 프라보워 후보의 관권·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코위 대선 캠프에서 활동해 온 무하맛 자이눌 마즈디 전 서(西)누사 텡가라 주지사는 "우리 지지자들도 다수가 투표용지를 받지 못했다. 투표 절차가 완벽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기호 1번(조코위 대통령)도 상당히 불이익을 당했다"고 맞받았다.
야권 내부에선 프라보워 후보가 승리를 장담한 것과 관련해 다소 복잡한 반응이 나온다.
전날 오후와 밤 프라보워 후보는 자택 앞에서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했고, 지지자들은 "프라보워 대통령"을 연호했다. 하지만 산디아가 부지사는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은 채 프라보워 후보의 자택에 머물다 귀가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야권연합의 주축 중 하나인 민주당의 아구스 하리무르티 유도요노 선거대책위원장도 전날 밤 민주당사 앞에서 프라보워 후보의 승리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정치권에선 2014년 대선 전후와 판박이처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 전 프라보워 후보는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를 한 자릿수로 줄이며 막판 맹추격을 벌였지만, 친서민 정책과 소통 리더십으로 돌풍을 일으킨 조코위 당시 투쟁민주당(PDI-P) 후보를 따라잡지 못하고 6.2%포인트 차로 패했다.
당시에도 프라보워 후보는 자신이 약 5%포인트 차로 뒤진다는 표본개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이 의뢰한 일부 조사기관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승리를 선언했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28분(현지시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재된 실시간 개표 진행 수준은 0.14%이고, 현재까지는 조코위 대통령의 득표율이 58.02%로 프라보워 후보(41.9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선거 당국은 이달 25일부터 내달 22일 사이 총·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는 내달 23일부터 제기할 수 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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