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건 신고에도 파악 못 한 '방화·흉기난동' 40대의 조현병

입력 2019-04-18 16:32   수정 2019-04-19 14:44

8건 신고에도 파악 못 한 '방화·흉기난동' 40대의 조현병
경찰 "제한된 조건에서만 영장 통해 확인 가능…제도개선 공감"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안모(42)씨는 과거 주변인들과 갈등으로 총 8차례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씨의 조현병이 사전에 인지돼 제대로 관리만 됐다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경찰의 피의자 정신병력 조회 권한과 관련한 제도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18일 경남 진주경찰서에 따르면 2015년 12월 안 씨가 진주 가좌동 임대 아파트로 이사 온 뒤 경찰에 안 씨와 관련한 신고는 총 8건 접수됐다.
첫 신고는 작년 9월 26일로 바로 위층에 사는 506호 입주민이 출입문에 누가 오물을 던져놨으니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피의자 안인득 실명·얼굴 공개/ 연합뉴스 (Yonhapnews)
당시 경찰은 영상 등 증거가 부족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미제편철로 사건을 마무리했으나 현시점에서 범행 패턴과 내용을 미뤄봤을 때 안 씨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17일에는 진주의 한 자활센터 직원 2명을 폭행해 벌금 처분을 받았다.
이어 2월 28일과 3월 3일에는 506호 입주민이 자신을 향해 계란을 던지고 간장을 집 앞에 버렸다는 등 안 씨의 이상행동을 경찰에 신고했다.
3월 8일에는 303동 아파트 앞에서 주민과 시비가 붙어 신고됐으며, 같은 달 10일에는 진주의 한 주점에서 손님과 시비가 붙어 주먹으로 폭행, 벌금 처분을 받았다.
당시 안 씨는 망치로 시비가 붙은 손님을 위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틀 뒤 12일에는 다시 506호 입주민이 문에 안 씨가 간장을 뿌렸다고 신고해 경찰이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루 지난 13일 안 씨와 506호 입주민이 시비가 붙어 신고가 들어왔으나 별다른 피해나 특이점이 없어 현장에서 계도하는 것으로 종결했다.
특히 3월에만 5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이 중 4건이 바로 위층인 506호와 갈등 때문이었으나 경찰은 안 씨의 정신병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대다수 사안이 경미해 별다른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
또 아파트 인근 파출소에만 4차례 안 씨와 관련한 신고가 된 사실도 파악됐다.
사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자체적으로 진상을 파악한 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고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자체적으로 피의자 정신병력에 접근할 권한이 없으며 중대한 범죄이거나 자행, 다른 사람을 향한 위해 등 제한된 조건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새벽 안 씨는 자신이 사는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4층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려고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사망 5명, 중상 3명, 경상 3명 등 자상으로 인한 사상자가 총 11명 발생했으며 연기흡입 등 9명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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