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 오색실 뽑아 만든 '무지개'가 떴습니다

입력 2019-04-19 08:00  

영종도에 오색실 뽑아 만든 '무지개'가 떴습니다
영종도 파라다이스서 국내외 설치작가 11명, 빛 주제로 '프리즘 판타지'
가브리엘 다우 '플렉서스 넘버 포티' 등 25점 전시



(영종도=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잿빛 구름이 중부 지방을 뒤덮은 18일, 영종도에는 '무지개'가 떴다.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2층에 프리즘을 통과한 듯한 무지갯빛 스펙트럼을 펼친 이는 멕시코 미술가 가브리엘 다우. '플렉서스 넘버 포티'의 색층에 홀린 관람객은 그 색층이 빛이 아니라, 형형색색 실을 촘촘히 엮은 것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보는 이의 감각이 깨어나는 것이 중요하죠. 사람들이 놀라되, 압도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가브리엘 다우)
다우는 실을 활용해 기하학적인 건축 구조를 만들어 빛의 스펙트럼을 표현한다. 어릴 적 누나가 몰두하던 자수를 자신은 남자여서 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에게 깊은 의문을 남겼다. 작가는 "하나의 도전으로써 실을 선택했다"라면서 "제 작업의 맥락은 이렇게 도전하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다우 작업을 비롯해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곳곳에 새롭게 설치된 작품 25점을 꿰는 단어는 '빛'이다.
지난해 초 개관한 전시장은 첫 기획전으로 빛을 주제로 한 '프리즘 판타지: 빛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마련했다. 전시는 ▲ 반사 ▲ 무한 ▲ 스펙트럼 ▲ 환상이라는 빛의 네 특성에 따라 국내외 저명한 설치미술가 11명의 작업을 소개한다.
"빛은 신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빛이 자연과 인간에게 하는 일, 즉 어둠을 밝히고, 언 곳을 녹이고, 모든 생명을 살 수 있게 한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신봉철 작가의 말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신 작가는 이번에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재료인 유리를 이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바닥에 설치된 이반 나바로 '덕트'는 조각 높이가 30cm임에도, 마치 땅속으로 끝없이 떨어질 듯한 배관을 내려다보는 듯한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지각 능력에 혼란을 주는 그의 작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을 달리는 소형 기차의 그림자를 벽에 투영한 구와구보 료타의 '뷰 오어 비전'은 그 자체로 몽환적이다. 이밖에 올라푸르 엘리아손, 이불, 이용백, 다니엘 뷔렌, 토마스 칸토 등의 작업을 감상한다. 대다수가 관객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작업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를 끈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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