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보고서에서 공개돼…뮬러 해임 지시했다가 '보도 부인' 압박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로버트 뮬러 미국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특검보고서 편집본에는 특검 임명 때부터 시작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개월간 '특검 무력화'를 위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들도 담겼다.
특검 임명 소식에 비속어를 써가며 좌절감을 표하고, 수사 지휘에 대한 '셀프 제척'을 한 법무장관에게 사퇴를 압박하는가 하면 뮬러 특검을 해임하려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참모들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 등 특유의 스타일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대응하는 과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448쪽 분량의 '편집본'이 공개되자 "게임 끝(GAME OVER)"이라며 특검 수사 자체에 대한 진상규명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하며 민주당과 언론에 대한 포문을 다시 열었다.
다음은 미언론들이 편집본을 발췌해 소개한 일화들이다.
◇ 트럼프, 뮬러 임명 소식에 "대통령직의 끝, 망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5월 17일 제프 세션스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뮬러가 특검으로 임명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뒤 "오마이갓, 끔찍하다. 이걸로 내 대통령직도 끝났다"고 말했다고 미언론들이 편집본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X 됐다", "망했다"는 뜻을 지난 비속어(f****d)도 내뱉었다.
관련 내용은 세션스 전 장관의 비서실장인 조디 헌트의 증언을 토대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세션스 전 장관에게 "모든 사람이 내게 '독립적 특검이 생기면 당신의 대통령직을 망칠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이는 내게 일어났던 일 중 역대 최악"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미언론들이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 트럼프, 세션스에 사직서 받아…"'셀프 제척' 번복하면 영웅될 것" =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특검과 관련,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겠다고 '셀프 제척'을 선언한 세션스 전 장관에게 "제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가 있나"라며 그가 자신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역정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전 장관에게 '사임해야 한다'고 했고 세션스 전 장관도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세션스 전 장관은 그다음 날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직서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면서도 떠나지 말라고 말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븐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직서를 법무부를 마음대로 휘두르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세션스 당시 장관에게 돌려주기 위해 부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출장 때 이 사직서를 가져가 여러 참모에게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고 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5월 30일 세션스 전 장관에게 사의를 반려한다면서 사직서를 돌려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그 이후로 수개월간 면전에서 세션스 전 장관을 질책하며 '셀프 제척' 결정을 번복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2017년 10월 회의에서 세션스 전 장관에게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이메일 관련 건을 수사하라고 압박하면서 셀프 제척 결정을 뒤집는다면 "영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지휘를 할 다른 법무장관이라면 보다 자신을 보호해주고 방패막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해 3월3일 세션스 전 장관의 '셀프 제척' 검토 소식을 보고받고 도널드 맥갠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소리를 지르며 세션스가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배넌 당시 수석전략가는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면서 "세션스는 왜 이렇게 유약한가"라고 개탄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세션스 전 장관은 '셀프 제척'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뒤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으며, 중간선거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7일 '트윗 경질' 통보를 받은 바 있다.
◇ 트럼프, 뮬러 해임 지시했다가 '보도 부인' 압박 =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이었던 2017년 6월 17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맥갠 당시 법률고문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뮬러 특검이 '이해 충돌' 문제에 걸려 있으니 특검에서 물러나도록 지시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뮬러 축출' 지시에 맥갠 고문은 반기를 들었다. 그는 '덫에 걸렸다'고 느꼈지만,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뮬러 특검에 대해 이해 충돌 문제를 제기하는 게 바보 같은 일이며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그는 '토요일 밤의 학살'을 불러일으키느니 사임하겠다며 맞섰다고 한다.
이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시점이었다. 뮬러 특검이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때이다. 이후 백악관 참모들은 맥갠의 사임을 만류했다.
이듬해인 2008년 1월 이러한 '뮬러 해임 시도'에 대한 언론 보도가 불거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당시 고문에게 보도 내용을 부인하라고 지시했지만, 맥갠 당시 고문은 이를 거부했다.
특검보고서는 "맥갠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관련 언론 보도가 사실인 만큼 그에 대해 부인하지 않겠다고 대응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맥갠 당시 고문을 만난 자리에서 그가 대화 내용을 필기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왜 특검 조사팀에 '특검 해임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했는가"라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훗날 트럼프 대통령은 롭 포터 당시 백악관 선임 보좌관에게 '맥갠이 자신은 좋게 보이려고 언론에 흘렸다' 며 '나쁜 XX'라고 욕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터 당시 보좌관에게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서한을 쓰지 않으면 해고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맥갠 당시 고문에게 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맥갠 당시 고문은 서한 작성을 거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을 다시 만나 보도 내용을 부인하라고 거듭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맥갠 고문은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가을 백악관을 떠났다.
◇ '무위'로 돌아간 트럼프 대면조사 = 뮬러 특검은 1년 넘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끝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내통 의혹 관련 일부 주제에 대한 서면답변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사법 방해 혐의 관련 사안이나 정권교체기에 일어난 일들에 관해서는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배심 앞에서 증언하라고 지시할 법률적 권한을 자신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사 막판에 상당한 지연을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러한 경로를 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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