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중순 고사리 꺾기 좋은 때…준비물 잘 갖추고 길 잃지 않게 '조심'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에서는 봄철에 내리는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말한다.
봄비가 한번 대지를 적시고 난 뒤 고사리가 쑥쑥 자라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어느덧 제주에 '고사리철'이 돌아왔다.
이번 주말 제주 지천에 자라난 고사리를 찾아다니며 꺾는 재미, 맛보는 재미 모두 느껴보는 건 어떨까.
◇ '맛도 영양도 만점' 고사리 꺾기 좋은 계절
고사리는 맛이 좋은 데다가 영양 성분도 훌륭해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린다.
단백질, 칼슘, 철분,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머리와 혈액을 맑게 해주고 음기를 보충해 열독을 풀어주며 이뇨작용도 원활히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제주의 천연고사리는 '궐채'라고 불리며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됐다고 한다.
2013년 국민이 뽑은 제주 7대 특산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곶자왈 숲, 오름 등 고사리가 잘 자랄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도 곳곳에는 봄이면 어김없이 고사리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다.
제주산 고사리는 대개 4월에서 5월 중순 정도까지 꺾을 수 있다. 5월 중순을 지나 초여름에 접어들면 고사리의 잎이 펴버리거나 줄기가 단단하고 질겨져 맛이 없다.
이 시기에 제주도민은 물론 고사리를 꺾으려고 제주를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봄철에는 고사리 꺾기 열풍이 분다.
식용으로 채취하는 고사리는 아직 잎이 피기 전 동그랗게 말려있는 어린 순이다.
고사리 기둥 아래쪽을 잡고 '똑' 꺾으면 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초보자들은 우르르 들판이나 숲을 돌아다니며 고사리를 꺾지만 '고수'들은 숨겨둔 자신만의 '포인트'를 찾아간다.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곳은 딸이나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시장 등에서는 '고사리 앞치마', '고사리 장화' 등 고사리 채취에 유용하게 쓰이는 '아이템'을 판매한다.
실한 고사리는 숲이나 덤불 깊숙한 곳에 많이 있어서 다치지 않도록 토시, 장화 등으로 무장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옷이 찢어질 수도 있어서 낡고 두꺼운 청바지 등이 작업복으로 제격이다.
채취한 고사리는 독과 쓴맛을 빼기 위해 푹 삶는다.
삶은 고사리는 나물로 무쳐 먹거나 각종 요리의 식재료로 사용하며, 삶은 고사리를 말리거나 얼려 보관해뒀다가 제사·명절 등에 쓰기도 한다.
큰 가방 한가득 고사리를 채취했더라도 삶고 말린 뒤에는 양이 부쩍 줄어들어 '이것밖에 안 되다니' 하며 실망할지도 모른다.
귀한 대접을 받는 제주산 고사리의 '몸값'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고사리는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육즙 가득한 제주산 돼지고기와 고사리를 불판에 함께 올려 구워 먹으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오랫동안 푹 끓여 실타래처럼 풀어진 고사리와 고깃국물이 어우러진 고사리 육개장은 이제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제주의 유명 향토 음식이 됐다.
고사리나물을 각종 나물 등과 함께 밥에 얹어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비면 훌륭한 비빔밥이 된다.
삶은 고사리에 간을 해 볶은 고사리나물 볶음, 고사리와 채를 썬 채소를 당면과 버무린 고사리잡채 등 고사리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봄철 입맛을 사로잡는다.
◇ 고사리 꺾다가 길 잃는 경우 속출…"주의하세요"
고사리 채취객과 오름 탐방객 등이 부쩍 늘어나는 매년 봄철이면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한다.
최근 3년 간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는 총 240건이다.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은 경우가 111건(4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둘레길 탐방 35건(14.5%), 오름 탐방 19건(7.9%) 등의 순이다.
월별로는 고사리 채취객이 늘어나는 4월(100건)과 5월(45건)에 주로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표선면 45건, 안덕면 40건, 구좌읍 32건, 조천읍 17건, 남원읍 16건 등으로 곶자왈 지대가 주로 분포하는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방안전본부는 고사리 채취를 할 때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호각, 여벌 옷, 물 등을 준비하고 반드시 일행과 동행해 사고나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행 시에는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지 말고 길을 잃었을 경우에는 현재 위치를 파악해 신속하게 119에 신고한 뒤 구조를 기다리라고 강조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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