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도부-소장파 탄핵 입장 혼선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던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텍사스)은 18일(현지시간)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가 공개된 후 "보고서가 충분한 증거를 제공해주고 있다"면서 탄핵 강행 의사를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뮬러 특검 보고서에 "뚜렷한 증거가 나온 게 없다"며 탄핵 추진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그린 의원은 보고서에 언급된 '잠재적 사법 방해 10개 사례'가 탄핵을 추진하는 데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 의원은 이어 만약 하원 상임위원회가 대응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원내 투표를 발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 의원은 "우리가 탄핵을 거론하지 않은 채 분석과 토론 같은 것에 매달리고 있다면 이는 마틴 루서 킹 박사가 지적한 '분석의 마비'(paralysis of analysis, 과도한 분석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에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 의원은 "상임위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본회의에 제기할 것"이라면서 "분석의 마비가 우리의 합법적이고 헌법적인 조치를 저지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펠로시 의장 등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와 이번 뮬러 특검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는 당내 탄핵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 압도적이고 초당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나라를 분열시킬 탄핵의 길로 들어서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호이어 원내대표는 이날 보고서 공개 후 "현재로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야 할만한 것을 보지 못했다"며 탄핵 추진에 부정적인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호이어 대표는 CNN에 "지금까지 밝혀진 것에 비춰 탄핵을 추진할만한 것은 없다"면서 이어 "솔직히 말해 18개월 후 선거가 있고 국민이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의원은 그러나 이러한 지도부 견해에 반박하면서 이제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어젠다를 주도해야 하며 뮬러 보고서가 제공한 10개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 의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지난 회기 중 두 차례에 걸쳐 탄핵표결을 발의했으나 실패했으며 민주당 내에서 60여표의 지지를 얻었다.
또 당내 소장파 라시다 틀레입 의원(미시간)이 법사위원회에 탄핵 타당성 조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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