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탱크맨' 묘사한 라이카 홍보영상에 중국 '발칵'

입력 2019-04-19 10:16  

'톈안먼 탱크맨' 묘사한 라이카 홍보영상에 중국 '발칵'
톈안먼 30주년 앞둔 시점서 홍보영상 '더 헌트' 논란 야기
중국 당국 접속 차단…라이카 "공식 승인 받지 않은 영상" 해명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1989년 중국의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당시 맨손으로 진압군의 탱크에 맞선 '톈안먼 탱크맨(Tank Man)'을 묘사한 독일 라이카 카메라의 홍보영상으로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명품 카메라로 유명한 독일의 라이카 카메라가 톈안먼 탱크맨을 묘사한 홍보영상으로 곤욕스러운 입장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을 몰고 온 라이카 카메라의 홍보영상은 지난주 공개된 '더 헌트'(사냥)다.



5분 분량의 이 영상은 사진기자들의 렌즈를 통해 전쟁과 갈등의 다양한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영상에 중국 공산당이 금기시하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영상에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진압군의 탱크 행렬을 맨몸으로 저지하려 한 톈안먼 탱크맨을 촬영한 AP통신의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를 염두에 둔 듯한 장면이 나온다.
톈안먼 시위 당시 제프 와이드너는 중국 비밀경찰들의 눈을 피해 톈안먼 광장이 잘 보이는 호텔 6층 객실 발코니에서 탱크와 맞선 톈안먼 탱크맨을 포착했다.
질주하던 탱크 4대를 한 청년이 가로막고 있는 장면이다. '탱크맨'으로 이름 붙은 이 사진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탱크맨은 지금도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을 이야기하는 상징적인 단어로 쓰인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말한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서방 세계에서는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톈안먼 사태를 떠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6.4' '톈안먼' 등은 중국의 SNS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특히 올해가 톈안먼 사태 30주년이어서 중국 당국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라이카 카메라가 톈안먼 사태를 떠올리는 홍보영상을 내놓자 중국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보영상은 중국 당국의 검열로 인해 즉각 접속이 차단된 것은 물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을 비롯한 중국의 SNS에서는 '라이카'라는 단어로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라이카의 공식 계정에 "라이카가 멍청한 행동을 했다"는 등의 비판을 글을 다수 올리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라이카 카메라 측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 홍보영상이 회사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승인받은 영상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등 거리두기에 나섰다.
라이카 카메라 측은 이 영상을 회사 측의 미디어 채널에도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카 카메라는 2016년부터 중국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회사인 화웨이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공급하고 있다.
화웨이 측은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SCMP는 전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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