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서랍서 나온 아프리카 최대 육식 포유류 '심바쿠브와'

입력 2019-04-19 11:05  

박물관 서랍서 나온 아프리카 최대 육식 포유류 '심바쿠브와'
'바나나 크기 송곳니' 불구 서랍서 잠자다 40년 만에 빛 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공룡 멸종 이후 아프리카를 호령했던 "(작은) 바나나 크기의 송곳니를 가진" 거대한 육식 포유류 종(種)의 화석이 박물관 서랍에서 확인돼 학계에 보고됐다.
19일 미국 오하이오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온 큰 사자'라는 뜻의 스와힐리어인 '심바쿠브와 쿠토카아프리카(Simakubwa kutokaafrika)'라는 학명이 붙은 이 포유류의 존재는 케냐 서부에서 발굴된 약 2천200만년 전 화석을 통해 확인됐다.
이 화석은 1970년대 말에 고대 원숭이 화석을 찾는 과정에서 발굴된 뒤 나이로비 국립박물관의 서랍 속에서 잠자다가 우연히 미국 오하이오대학 매튜 보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의 눈에 띄어 40년 만에 빛을 봤다.
다른 화석들과 함께 발굴돼 처음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고 치아 구조가 비슷한 '하이에나'라는 꼬리표를 달고 박물관 서랍으로 직행했지만, 박물관에서 하이에나로 분류된 화석을 찾던 연구팀에게 10㎝에 달하는 송곳니를 가진 턱뼈 화석은 특별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심바쿠브와는 코에서 엉덩이까지 길이가 2.5m, 무게는 1천500㎏에 달해 아프리카 사자는 물론 북극곰보다도 덩치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자, 호랑이 등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나 현존하는 육식 포유류와는 관련이 없고 멸종 포유류인 '하이에노돈(hyaenodont)'에 속한다. 하이에노돈이라는 명칭은 치아 구조가 하이에나를 닮은 데서 비롯된 것이나 현재의 하이에나와도 관련이 없다.
하이에노돈은 공룡 멸종 400만년 뒤인 6천200만년 전에 출현한 아프리카 최초의 육식 포유류로 지금의 사자처럼 아프리카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다 약 900만년 전 멸종했다.
아프리카 생태계에서 가장 큰 육식 포유류로 추정되는 심바쿠브와는 사자가 아프리카에 진입하기 전까지 거의 유일한 지상 육식동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대 아프리카는 수백만 년간 고립돼 있다가 북쪽 대륙과 연결되면서 대형 고양이과와 하이에나, 개과 동물은 남쪽으로, 심바쿠브와는 북쪽으로 진출하며 서로 섞이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보스 박사는 성명을 통해 "하이에노돈의 정확한 멸종 원인은 모르지만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생태환경이 급격히 변한 것이 원인이었을 것"이라면서 "심바쿠브와는 지구의 마지막 하이에노돈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같은 대학 낸시 스틴븐스 박사는 "심바쿠브와 화석은 지나간 시대에 대한 창(窓)"이라면서 "진화의 역사를 이행하는 데 있어 박물관 소장품의 중요성을 입증해준 화석"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정리한 논문을 학술지 '척추 고생물학 저널(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최신호에 실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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