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하노이 이후 남북관계 소극적…'임시소장대리' 체제 계속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남북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의 정례 협의 채널인 소장회의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8주째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소장(천해성 차관)은 평소대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 정상 출근해서 근무하고 있다"며 "소장회의는 개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소장회의에 북측 (전종수) 소장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내용은 어제 미리 통보를 받았다"며 "그 사실을 알고 저희 소장이 공동연락사무소에 가서 지금 현안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락사무소 남측 소장인 천해성 차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주 금요일마다 사무소로 출근해 전종수 소장이나 황충성 또는 김광성 소장대리와 협의를 해 왔다. 통일부는 이 협의를 '소장회의'로 지칭하고 있다.
남북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인 지난 2월 22일을 마지막으로 두 달 가까이 소장회의를 열지 못했다.
3·1절과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 청명(4월 5일) 등 남북의 공휴일이 이어진 탓도 있지만, 전종수 소장도 개성으로 내려오지 않고 원래 상주하던 북측 소장대리들도 자리를 비워 불발된 경우가 더 많았다.
정부는 소장대리들을 대신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영철 임시 소장대리와는 소장회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북측은 지난달 22일 연락사무소 인원을 전격적으로 철수한 뒤 김광성 소장대리를 이달 초 잠깐 복귀시켰지만, 얼마 뒤 임시 소장대리 체제로 돌아갔다.
'정식 카운터파트'인 천해성 차관과 전종수 소장이 만난 것은 올해 1월 25일이 마지막이다.
물론 연락사무소에서 오전·오후 연락관 접촉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시 소통창구로서 사무소의 핵심 기능은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이상민 대변인은 "부소장, 각급 연락대표 간의 협의를 통해서 필요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교적 책임있는 당국자가 정기적으로 만나 남북 현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진행됐던 소장회의가 장기간 중단된다면 당국 간 소통이 이전보다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각종 '총화'와 내부 정치행사 등을 통해 대남 및 대미관계 전반에 대한 전략을 재정비한 것으로 관측되며, 남북간의 협력 논의에도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소장회의 중단에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이나 고려시대 궁궐터인 만월대 공동발굴 재개 등 남북 협력 현안도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허들'은 넘었지만, 아직 북한과 본격적으로 협의를 못 한 상황이다.
다만,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선전매체들은 19일에도 "북남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우리의 의지와 노력은 변함이 없다"면서 '외세 배제'를 요구하는 대남 여론 공세는 이어갔다.
대외용 라디오인 평양방송은 이날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유적발굴대를 인용해 만월대를 소개하고 지난해 발굴 성과를 알리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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