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사용하지 않는 부이의 수면 점용료 부당"
항만공사 "점용료 면제해 줄 법적 근거 없어"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바다에서 유조선의 기름을 받아 육지로 이송하는 시설인 '부이'(buoy)의 수역 점용료를 두고 벌어진 한국석유공사와 울산항만공사의 갈등이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석유공사는 정부 사업에 의해 불가피하게 이전한 후 사용도 하지 않고 있는 부이의 수면 점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이고, 항만공사는 규정에 따라 점용료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21일 양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석유공사가 항만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용료 부과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의 1차 변론이 최근 진행됐다.
이 소송은 항만공사가 석유공사 소유 부이의 수역 점용료로 연간 약 49억여원을 부과한 것에 대해 석유공사가 반발하면서 제기됐다.
부이란 바다에 뜬 상태로 유조선에서 받은 원유를 해저 송유관을 통해 육지의 정유공장으로 옮기는 시설이다.
울산 앞바다에 설치된 부이는 모두 4기로, SK에너지가 2기, 에쓰오일이 1기, 석유공사가 1기를 보유하고 있다.
석유공사와 항만공사의 갈등은 정부의 울산신항 남항 개발사업의 방파제 공사가 계기가 됐다.
사업 구간에 석유공사의 부이가 설치돼 있어 공사에 지장이 있었고, 해당 부이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했다.
이에 울주군 온산읍 앞바다 1.8㎞ 해역에 있던 부이는 기존보다 두 배 정도 더 먼 바다로 옮기게 됐다.
부이를 이전하는 공사는 2017년 말 완료됐지만, 석유공사는 2016년 1월 울산비축기지 지하화 사업에 착수한 상태라 2020년 말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부이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사업은 석유공사가 울주군 온산읍 울산비축기지 땅을 에쓰오일에 매각한 후, 이를 대신해 석유 1천68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98만2천295㎡의 지하비축기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부이가 이전하면서 기존 16억여원이던 수면 점용료가 49억여원으로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부이가 더 먼 바다로 옮겨지면서 기존 30m 이내였던 수심이 50m 이상으로 깊어졌다.
이 때문에 해저에서 부이를 지탱하는 부속물들의 설치 면적이 더 넓어졌고, 점용료 인상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항만공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석유공사 측은 "정부 사업으로 불가피하게 부이를 옮긴 것인데 수면 점용료를 기존보다 더 많이 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또 "부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점용료를 내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석유공사는 에너지 안보라는 국가 정책 수행의 명분으로 항만공사에 부이를 쓰지 않는 기간에는 점용료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항만공사는 점용료를 면제해 줄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항만공사 측은 "관계 법령에 따르면 수면에 시설물 설치 공사를 하겠다고 계획 승인을 받은 시점부터 간접적으로 수역을 점용하는 것으로 보고 점용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시설 대여 등으로 4척의 배가 해당 부이를 이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양 기관은 2017년부터 이 문제로 갈등을 이어오다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소송으로 시비를 가리게 됐다.
소송의 2차 변론은 5월에 열릴 예정이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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