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피해자 될 수도…" 잔혹했던 방화살인에 사회적 불안 커져

입력 2019-04-21 11:14   수정 2019-04-21 14:47

"내가 피해자 될 수도…" 잔혹했던 방화살인에 사회적 불안 커져
'관리 사각지대' 폭력 성향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책 필요성 고조
보건복지부 "정신질환자 타인 위협 행동 시 경찰 등과 공동 대응 추진"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충격이 사회적으로도 갖은 상흔을 남기고 있다.
사회적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관계 당국이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 서둘러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진주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안인득(42)이 4층 본인 집에 불을 지르고 계단으로 대피하던 주민들을 흉기로 마구 찔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5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김모(46·여·창원시 용호동) 씨는 "새벽 6시 반까지 출근이어서 일찍 집을 나서는데 누가 갑자기 튀어나올까 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며 "어느 순간부터 흉악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하니까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다"고 토로했다.
김태욱(26·남·대구) 씨도 "그런 일이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걱정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4살 딸을 둔 김정아(37·여·창원시 반지동) 씨는 "그런 사람들을 빨리 파악해 진작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왜 없었는지 모르겠다"며 "어디 다니는 것도 무섭고,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계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혜영(45·여·창원시 성주동) 씨는 "뉴스를 보니 그 사람은 예전부터 위험인물이었는 데 사전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 같다"며 "중학생, 고등학생 딸이 있는데 특히 조심시키게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에서도 "저런 참변을 내가 안 당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whal****)거나 "이제 불 나도 도망도 못가겠다. 누가 기다렸다가 찌를까 봐"(hika****)라는 등 두려움을 호소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처럼 안인득 뿐 아니라 폭력 성향 정신질환자에 의한 유사 범죄가 잇따르며 사회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0년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은 안인득의 경우 2015년∼2016년 7월까지 정신병원을 다닌 기록이 확인됐다.
그 전후 기록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폭력과 난동으로 8차례나 경찰에 신고돼 범행 직전 정신질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신고 내용과 처벌 전력을 살펴보면 안인득은 타인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고위험 정신질환자인데도 경찰이 이미 마련된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의 현장대응 안내 2.0'을 보면 경찰은 고위험 정신질환자 관련 신고를 받았을 경우 정신건강 위기 상담전화를 통해 위기 상황을 알려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보건법을 개정해서 관계기관이 (폭력 성향 정신질환자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거나, 적법 절차를 통해서 강제입원을 좀 더 원만히 할 수 있게 한다든지 조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 대책이 나와야 사회적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질적 대책 없이 '정신질환자들을 무조건 위험하게 여기지 말라'고 하는 식으로는 각자 생활이 안전해진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이제는 구체적 정책이 나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사건 발생 3일째인 지난 19일 "정신질환자가 타인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신고될 경우 어느 쪽으로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경찰·소방·정신건강복지센터가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등 후속 조처를 세워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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