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 원내대표가 22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에 전격 합의했다. 선거제 개혁안은 연동률 50%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비례성을 높였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기소권이 축소됐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이들 사안은 역대 정권에서도 자주 거론된 의제다. 여론 지지도 높다.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합의한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개혁 과제라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패스트트랙은 2012년 5월 도입됐다. 쟁점법안의 국회 장기 표류를 막는 게 주요 취지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일정 기간(최대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야 4당이 이들 안건을 가결하려면 330일이 되기 전 한국당과 다시 머리를 맞대 합의 처리를 시도하거나, 아니면 330일이 지나 다수결로 의결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특히, 선거제 개혁 합의는 늦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패스트트랙에 대한 한국당의 강력한 반대다.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한국당은 4월 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고 밝히고 의사일정 합의의 전제로 패스트트랙 철회를 내세웠다. 한국당은 연동형 선거제를 거부할 뿐 아니라 선거법을 일반 쟁점법안으로 보고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은 국회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계기로 여야 간에 그어진 한랭 전선을 크게 확장한 셈이다. 꼬인 정국은 더 꼬이고 정쟁 양상은 더 복잡해진 것이 아닐지 우려되는 면이 있다. 특히 한국당이 주말 장외 투쟁에 나서고 황교안 대표가 "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말한 것, 이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다시 그런 발언 하면 용납 않겠다"고 맞대응한 것은 더 강한 충돌의 예고편 같아 불안하다.
여야 4당의 추인 작업 역시 두고 볼 일이다. 4당 원내대표가 각 당 추인을 거쳐 25일까지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에서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끝낸다고 합의했지만 바른미래당 당내 의견은 갈려 있다. 한국당은 내달 문재인 정부 2년을 비판하는 '대국민 보고대회'에 나서겠다고도 벼른다.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주도권을 쥐겠다는 결기만 두드러질 뿐 민생을 우선한 협치 의지는 뚜렷하지 않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1년이 채 남지 않은 현 20대 국회는 이른바 촛불 민심의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점이다. 촛불 민심은 여러 각도에서 정의될 수 있겠으나 국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민의의 전당'이 돼 달라는 것도 그중 핵심이다. 지금 민의는 덧없는 정쟁을 접고 민생과 경제를 챙기라는 것이다. 덧붙여, 필요한 싸움이라면 하되 '의회'에서 하고 그것도 일은 하면서 하라는 것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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