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野대표, 순직군인 장례식서 폭행당해…집권당원 등 주도(종합)

입력 2019-04-22 20:12  

터키 野대표, 순직군인 장례식서 폭행당해…집권당원 등 주도(종합)
군중 일부 CHP 대표 밀치고 주먹질…클르츠다로을루 대표, 호위 받으며 피신
野 "집권당, CHP·쿠르드무장단체 연계설 흘리며 자극" 비판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하채림 특파원 = 쿠르드 무장조직과 전투 중 사망한 터키 병사의 장례식에서 제1야당 대표가 성난 군중들로부터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친(親)쿠르드 정당과 연대했다는 여당의 주장과, 터키 병사의 '순국'과 CHP의 친쿠르드 정당 연계설을 묶어서 다룬 친정부 매체의 보도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방송은 21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성난 군중에게 공격당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상황이 찍힌 영상을 보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군중 사이에서 이리저리 밀쳐졌으며, 한 남성은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기도 했다.
폭행 사태가 벌어진 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자리를 피했고, CHP는 그가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이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지지자 1천여명에게 둘러싸인 채 버스에 올라가 "폭행범들은 전사자를 존경하지 않는다. 그들은 순수한 무슬림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앞서 지난 19일 터키 남동부 이라크 국경 인근에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토벌에 투입된 터키군 4명이 전사했다.
터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충돌로 PKK 측에서는 20명 이상이 사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여당 정의개발당(AKP)은 최근 지방선거 유세에서 CHP가 친쿠르드 정당 인민민주당(HDP)과 공조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하며 CHP를 공격했다.
BBC는 일부 친정부 성향 언론이 터키 병사의 죽음과 CHP를 한데 묶어 보도했으며,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날 장례식장에서 'PKK는 나가라'(PKK OUT)라는 구호를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수사에 착수한 앙카라주 경찰은 AKP 당원을 포함해 공격을 주도한 5명을 연행했다.
가해자 중 일부가 AKP 당원으로 확인되자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 테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했다.
야권은 이번 사건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가 지지자를 자극해 폭력을 조장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AKP는 단호한 조처를 약속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외메르 첼리크 AKP 대변인은 22일 "앙카라주(州) 당 집행위원회가 폭행에 가담한 당원 오스만 사르귄의 출당안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밝혔다.
첼리크 대변인은 "AKP는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 민주주의 정치에 폭력이 있을 곳은 없다"고 썼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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