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앙박물관·고판화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서 잇따라 '나한'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석가모니 제자이자 깨달음을 얻은 불교 성자인 나한(羅漢)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잇따라 열린다.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준말로, 아라한은 산스크리트어를 음역한 말이다. 불교에서는 응공(應供)이나 살적(殺賊)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신통력을 지닌 나한은 불법을 수호해 중생이 복을 누리도록 돕는 존재여서 나한신앙이 널리 유행했다. 신앙 대상은 부처 10대 제자를 비롯해 십육나한, 십팔나한, 오백나한으로 다양하다.
지난해 하반기 국립춘천박물관이 영월 창령사터에서 나온 나한상을 주제로 특별전을 열었는데, 올봄에도 유독 나한을 주제로 한 박물관 전시가 많다.
가장 먼저 개막한 전시는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이 마련한 '나들이 나온 나한'. '불심의 향연' 전시와 함께 지난 2일 개막해 7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를 위해 전남 여수 흥국사 응진당에 봉안한 석가모니 삼존불과 십육나한상, 십육나한도를 서울로 옮겼다. 나한상은 17세기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조각승인 인균이 1655년에 제작했고, 나한도는 1723년에 승려화가 의겸이 그렸다.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오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여는 특별전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나한의 세계'에서 주로 회화와 조각 소재였던 나한을 판화로 표현한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주목할 만한 유물은 한선학 관장이 3년 전 경매에서 구매했다가 최근에 표구를 새롭게 하면서 실체를 확인한 19세기 일본 목판화다.
일본 교토 지온인(知恩院)이 소장한 고려시대 불화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를 모본으로 삼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림 구도와 배치가 거의 같다.
이외에도 당말 오대 승려인 관휴(貫休·832∼912)가 그린 십육나한도를 본보기로 해 청나라 건륭제 때 새긴 탑비를 인출한 판화, 티베트 목각인쇄 발원지로 알려진 더거인징위안(德格印經院)이 찍은 십육나한 판화가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창령사터 나한상을 서울로 모셔와 29일부터 6월 13일까지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을 주제로 전시를 개최한다.
푸근하고 정감 가는 표정이 인상적인 창령사터 나한상은 2001년 5월 영월 남면 창원리에서 발견됐고, 이듬해 발굴조사를 통해 300여 점이 세상에 나왔다.
최선주 중앙박물관 연구기획부장은 "춘천 전시를 본 사람도 흥미를 느끼도록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서 기획했다"고 전했다.
창령사터 나한상 소장기관인 춘천박물관은 현대미술과 나한상을 결합한 전시를 진행 중이다. 강원도 현대 작가 모임인 아트인강원 작가들이 창령사터 나한상을 모티프로 해서 완성한 작품 26점을 다음 달 26일까지 선보인다.
김상태 춘천박물관장은 "지난해 창령사터 나한상 전시가 좋은 반응을 얻은 뒤 나한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듯하다"며 "가을쯤 창령사터 나한상 시집을 발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