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란산 원유수입 연장 불가에 '당혹'…막판 반전에 기대

입력 2019-04-22 23:53   수정 2019-04-22 23:57

정부, 이란산 원유수입 연장 불가에 '당혹'…막판 반전에 기대
외교부 "예외연장 시한까지 우리입장 반영위해 최선의 노력 경주할것"
美 예외연장 불가 폼페이오 발표 2시간 전에 우리측에 통보
美강경기조, 같은 '핵문제' 걸린 대북제재에도 적용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미국이 한국 등 8개 국가에 한시적으로 허용해온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조치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정부는 당혹감 속에서 미국을 끝까지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정부는 그간에도 각급 차원에서 예외 인정 연장을 위해 미국측과 협의해왔으며, 앞으로도 예외연장 시한까지 우리 입장 반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오늘 미국은 현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추가 제재유예조치(SRE·significant reduction exceptions)를 다시 발효하지 않을 것을 공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기자회견 약 두 시간 전 한국 정부에 연락해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조치를 어느 나라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한시적 예외인정 시한이 다가올수록 한국 측에 이번에는 예외를 인정해줄 수 없다며 강경하게 나왔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 수입량 감축을 조건으로 180일간 예외를 인정받으면서, 차기 협상에서 수입량을 더 줄이고 예외인정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어느 정도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기에 아쉬움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은 수입량 감축 조건을 충족하면 이란산 원유수입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예외는 없다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예외를 검토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이날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의 정책목표는 모든 국가들이 이란의 석유제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콘덴세이트를 공급받을 다른 공급처를 찾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기 바라면서 6개월이라는 시간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한국 정부 대표단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8일 두 차례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들어가며 미국을 설득했지만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한국을 이란산 원유 수입제한 예외국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단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이 이란에서 수입하는 것은 이란제재 대상인 원유가 아니라 전량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이고,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기업 다수가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달라는 의견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아울러 한국기업이 아무리 많은 콘덴세이트를 수입하더라도 이란은 콘덴세이트를 수출하고 받은 원화를 한국 은행의 원화결제계좌에 쌓아놓기 때문에 이란에 직접 들어가는 돈이 없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제재에 예외는 없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기자회견과 백악관의 성명 발표가 있었기에 계속 예외 인정을 받는 것은 일단 어려워 보이지만, 정부는 끝까지 미국을 설득해 막판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핵개발과 결부된 대 이란 제재에서 드러난 미국의 이번 강경 기조가 북핵 문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불안정 심화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대 이란 제재를 더욱 조인 터다. 따라서 미국이 같은 핵 문제가 걸린 대북 제재와 관련해 유연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가 앞으로 더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핵 개발 국가에 대한 제재 강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미국이 북한 핵 문제에 있어서도 제재완화가 필요하다는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고 강경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고 그해 8월 이란과 거래한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1단계 제재를, 그해 11월 이란산 원유수입을 금지하는 2단계 제재를 복원했다.
이때 2단계 제재를 시작하면서 미국은 석유 시장의 원활한 공급 보장 등을 이유로 한국을 포함해서 중국, 인도,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대만 등 8개 국가를 제재 예외국으로 지정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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