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아시아선수권 남자 100m에서 10초13으로 2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육상 불모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남자 100m가 인기 종목으로 떠올랐다.
'2000년생 육상 영웅' 라루 무함마드 조흐리(19·인도네시아)가 만든 엄청난 변화다.
조흐리는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9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13으로 2위에 올랐다.
조흐리는 10초10으로 레이스를 마친 일본 기록(9초98) 보유자 기류 요시히데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다.
인도네시아 선수가 아시아육상선수권 단거리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조흐리가 처음이다.
조흐리의 기록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는 2018년 7월 핀란드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 남자 100m에서 10초18로 우승했다. 9개월 만에 조흐리의 개인 최고 기록은 10초13으로 줄었다. 10초13은 인도네시아 남자 100m 신기록이기도 하다.
조흐리의 별명은 '맨발의 조흐리'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도네시아는 조흐리를 '아시안게임의 얼굴'로 내세웠다. 당시 조흐리는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20으로 7위에 그쳤다. 하지만, 그를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파키스탄 데일리 타임스, 로이터 통신 등이 소개한 '맨발의 조흐리 탄생 비화'가 그를 향한 관심을 더 키웠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4남매 중 막내 조흐리는 인도네시아 롬복섬에서 맨발로 훈련했다.
그런 조흐리가 2017년 처음으로 큰 누나 바이크 파질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2017년 4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하려면 스파이크가 필요했고, 조흐리는 누나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질라는 "과묵했던 동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부탁"이라고 했다.
조흐리의 누나는 40만 루피아(한화 약 3만3천원)를 구해 동생에게 건넸다.
이제 조흐리 가족은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흐리 가족에게 집을 선물했고, 기업들이 앞다퉈 조흐리를 후원하고 있다.
가난했던 조흐리는 고향 로복섬에서 맨발로 모래밭을 달렸다. 축구를 좋아했지만, 체육 교사가 조흐리의 '달리기 재능'을 발견했고 육상부 입단을 권했다.
한 번도 육상 스파이크를 신어본 적이 없던 조흐리는 2017년 4월 자국 주니어육상대회에 참가하고자 처음 스파이크를 마련했다. 그 대회에서 조흐리는 10초42로 남자 100m 우승을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주니어 대표팀에 선발된 그는 2018년 6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주니어대회에서 10초27로 우승하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이 열린 핀란드로 향하는 과정도 험난했다.
고아였던 조흐리는 핀란드 비자를 받기 위해 보증인을 세워야 했다. 인도네시아 육상연맹 관계자 두 명이 보증인으로 나선 덕에 조흐리는 핀란드에 도착했다.
더 큰 기적이 일어났다.
조흐리는 7월 11일 핀란드에서 치른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10초18의 기록으로 남자 100m 챔피언에 올랐다. 조흐리 이전에는 인도네시아 선수가 세계주니어선수권 남자 100m 결승에 나선 사례도 없었다.
조흐리는 단박에 '스포츠 영웅'으로 떠올랐다. 귀국길에는 취재 경쟁이 펼쳐졌고, 기업들의 후원 문의도 쇄도했다.
지난해 8월 롬복섬이 지진 피해로 신음할 때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조흐리의 집을 방문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행히 조흐리의 집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조흐리는 이제 인도네시아를 넘어 아시아 정상급 스프린터로 성장했다. 그가 아시아선수권에서 세운 10초13은 올해 아시아 3위 기록이다. 조흐리의 2019년 남자 100m 세계랭킹은 12위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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