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생산국 브라질 생산기술 발전·헤알화 급락 영향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전 세계에서 커피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커피 원두 가격은 속수무책 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 선물시장에서 대표적인 품종인 아라비카 7월물은 22일(현지시간) 파운드당 92.85센트로 장을 마감했다.
아라비카 선물 가격은 지난달 중순부터 1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17일에는 90센트 선 아래로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10월 중순보다는 30%나 떨어진 가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이런 가격은 원두 생산자 입장에서 재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원두 가격은 일차적으로 공급 과잉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브라질이 있다.
원두의 최대 생산국 브라질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R&D)의 결과로 기계 수확을 도입하는 등 중남미에서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이고 있다.
게다가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2011년보다는 60%, 1년 전보다는 12% 낮을 만큼 급락한 것도 달러화로 수출되는 원두 가격이 하락한 주원인이다.
농민 복지를 연구 중인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지속가능발전소장은 "낮은 커피 달러 가격의 원인은 브라질의 높은 생산성, 달러 강세, 헤알화 약세"라며 "기본적으로 브라질이 글로벌 비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수요는 여전히 많다.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 소비량은 60㎏짜리 포대 기준으로 지난해 9천580만 포대로, 2014년(8천450만 포대) 이후 해마다 늘었으며 올해도 9천810만 포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가 많은데도 가격이 하락하자 생산 농가는 어김없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양분을 겪고 있다.
일부 농가가 도매가 하락에 대응해 비료, 살충제 등 비용을 낮추고 이는 이듬해 수확 작물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된다.
주요 커피 수출국인 콜롬비아는 최근 커피 농가에 대한 긴급 지원을 늘렸다.
도매시장에서의 아라비카 원두 가격 하락이 슈퍼마켓 판매대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제한적이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에게 팔리는 볶은 커피 평균 가격은 올해 1월 기준 파운드당 4.34달러로 지난 몇 년간 하락세를 걸었으나 여전히 2011년보다는 높다.
게다가 카페나 식당에서 커피 소비자들은 원두 가격의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소매점 커피 가격은 건물 임대료, 인건비, 우유·설탕값을 모두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UBS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도시의 커피 한 잔 가격은 3달러 안팎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6달러를 넘고 서울에서도 4달러를 넘는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지에서는 그보다 싸지만 역시 3달러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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