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계 의원들 "충분한 증거 확보"…지도부 "사실 조사 먼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러시아 대선 개입에 관한 로버트 뮬러 특검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민주당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추진론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론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하원 일부 의원들은 특검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조사 과정에 간여한 증거가 충분히 드러났다며 탄핵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딱 부러지는 형사문책 증거가 없는 데다 또 상대 공화당 측의 동조 움직임도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탄핵 추진은 내년 선거에서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의회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민주 지도부는 22일 탄핵을 둘러싼 당내 분란을 무마하기 위해 90분에 걸쳐 의원들과 전화회의(컨퍼런스콜)를 갖고 탄핵추진은 시기상조라는 논리를 내세워 논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엘리자 커밍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민주·메릴랜드)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뮬러 특검으로부터 직접 듣고, 편집되지 않은 보고서 원본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회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탄핵 절차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증거들이 드러났다며 지도부의 조심스러운 접근법에 의문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탄핵 주장을 제기하지 않았던 법사위 소속 발 데밍스 의원(플로리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수많은 법을 위반한 명백한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탄핵을 추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원 내 6개 주요 상임위원회 의장들이 정부 감독에 관한 상황을 설명한 가운데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위원장은 의원들의 입장에 동조, 탄핵추진에 대한 지지 입장을 천명했다.
민주당 내에는 현재 뮬러 특검의 조사를 의회가 이어받아 독자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이러한 조사가 자칫 당파적인 것으로 비칠 수 있고 2020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신중론으로 이분된 양상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우리는 이제 공식 탄핵을 위한 청문회가 아니라 뮬러 특검 보고서에 관한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는 지각 있는 중간적 옵션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뮬러 특검의 의회 증언이 트럼프 스캔들 조사의 최대 사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펠로시 의장도 의원들에게 탄핵을 고려하기에 앞서 사실 조사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가 헌법상의 책무를 준수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그리고 사실이 우리를 그곳으로 인도한다면 우리는 그곳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백한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탄핵추진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탄핵추진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인정하면서 현재로는 성급한 탄핵추진보다는 엄중한 감시가 현명한 방책임을 지적했다.
게리 코널리 의원(버지니아)은 회의 후 "기본적인 메시지는 '추진하되, 신중하게 하자'는 것"이었다면서 "모든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탄핵'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진보계 의원들은 시간 낭비라며 이날 전화회의 참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뮬러 특검보고서 공개 이후 탄핵 지지를 표명했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뉴욕)과 일한 오마 의원(미네소타), 아야나 프레슬리 의원(매사추세츠) 등 하원의원들이 탄핵 촉구 대열에 합류했다.
또 역시 초선인 라시다 틀레입 하원의원(미시간)은 법사위위원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조사할 것을 제의했으며, 탄핵 주장자인 알 그린 의원(텍사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