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총·대선서 투표관리원·경찰 100여명 순직

입력 2019-04-23 10:47  

인도네시아 총·대선서 투표관리원·경찰 100여명 순직
교통사고, 과로 등이 원인…"민주주의의 순교자" 추모 잇따라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지난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 전후 100명이 넘는 투표관리원(KPPS)과 경찰관이 과로와 교통사고 등으로 순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자카르타 글로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는 전날까지 투표관리원 91명이 개표 등 작업을 하다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치료를 받는 투표관리원도 374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상 처음으로 총·대선과 지방선거가 한 날에 치러지면서 과도한 업무량에 노출된 결과다.
유권자 1억9천300만명의 80% 이상이 참여한 이번 선거는 하루 일정으로 진행되는 투표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고, KPU는 전국 81만개 투표소에서 일할 투표관리원 560만명을 모집해 투·개표를 감독하게 했다.
부정선거 우려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투표관리원은 투표 시작부터 개표 종료까지 투표소를 떠나지 못하며, 휴식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일부 투표구의 투표관리원들은 17일 새벽 6시부터 이튿날 정오까지 만 하루가 넘도록 투표 관리와 개표, 재검표를 진행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지병이 있거나 체력이 약한 투표관리원이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이들의 급여는 세전 기준 50만 루피아(약 4만원)에 불과하다. 사망수당 등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밖에 산악 오지 등에 투표함 등을 전달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경찰관도 최소 15명이나 된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마르띠르 드목라시'(#MartirDemokrasi·민주주의의 순교자)나 '인도네시아일렉션히어로스'(#Indonesiaelectionheroes·인도네시아 선거의 영웅들) 등 해시태그를 단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순직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일함 사푸트라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은 "2014년 대선 당시에도 투표관리원이 과로로 숨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많지는 않았다"면서 "안타까운 희생을 줄이기 위해 정부, 하원과 함께 개선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KPU는 순직하거나 건강 이상이 생긴 투표관리원에게 1인당 최대 3천600만 루피아(약 29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민간에선 순직자들을 위한 성금 모금도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이번 인도네시아 대선과 총선은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과 집권당 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표본개표 결과 조코위 대통령은 54.5%를 득표해 야권 대선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를 9%포인트 이상 앞섰고, 투쟁민주당(PDI-P)을 필두로 한 여당 연합도 54.1%를 득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은 표본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면서 실제 투표결과에선 자신들이 앞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3일 오전 8시(현지시간) 기준으로 KPU 홈페이지에 게재된 실시간 개표 집계는 현재까지 19.1%가 진행된 가운데 조코위 대통령의 득표율이 54.97%로 프라보워 후보(45.03%)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당국은 이달 25일부터 내달 22일 사이 총·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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