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소위원회도 법 개정 필요성 보고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이 국회 국정조사 종료 후에도 위증을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가해 기업들의 위증을 처벌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 증언 감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국회에서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하면 본회의 또는 위원회가 고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위증하면 보통 2∼3개월 정도인 특위 활동 기간 안에 고발해야 처벌할 수 있다. 특위가 종료되면 고발 '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증 사실이 특위 종료 후 밝혀진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사건 피해자들은 입을 모은다.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 대표들이 줄줄이 출석했는데, 당시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나 제품의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 기업 관계자들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판매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위증 여부가 밝혀진다고 해도 이미 국정조사 특위가 종료된 상태여서 이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
이와 관련,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도 국회 증언 감정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내놓은 바 있다.
특조위의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전원위원회에서 "청문회 당시 일부 증인의 위증 혐의 단서가 발견됐지만, 현행법에서는 국정조사 특위 종료 후 형사 절차에서 위증 진위를 판단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법의 공백을 방지하고 한시적 성격의 특조위에서 증인 진술의 진실성을 담보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은 ▲ 특별위원회 활동기한이 종료된 이후에도 위증을 한 자에 대해서 고발을 할 수 있도록 하되 ▲ 국회의원 20인의 연서를 고발조건으로 하고 ▲ 고발기한을 5년으로 제한하며 ▲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종료된 사안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별도 부칙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을 청원했다.
김기태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은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제품을 제공해야 할 기업이 위증이나 조작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번 청원이 소비자 안전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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