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조정 하재헌 중사 "이젠 운동선수로서 대한민국 대표"

입력 2019-04-23 12:45  

장애인조정 하재헌 중사 "이젠 운동선수로서 대한민국 대표"
SH공사 실업팀 창단…특전사 출신 남지현 "안 되면 되게 하는 불굴의 의지로"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군 생활하면서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임했듯이 이제는 운동선수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장애인조정선수단 창단식의 주인공은 군인 출신의 두 선수였다.
하재헌(26)은 2015년 8월 4일 육군 제1사단 수색대대 소속으로 비무장지대를 수색하던 중 북한의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었다.
재활 차원에서 장애인조정에 입문했다가 재능을 발견,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나섰다.
이날 정장 안에 의족을 차고 나온 하재헌은 "제가 출전하는 PR1 등급은 팔과 어깨 등 상체만 쓰는 등급"이라며 "경기할 때는 의족 없이 출전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체육은 종목마다 장애 정도와 유형에 따른 등급을 둬 등급별로 경쟁하고 순위를 매긴다.
하체 근력이 중요한 조정을 상체로만 타다 보니 덩치가 상당히 커졌다. 하재헌은 "군대 있을 때는 상의 사이즈가 100이었는데 지금은 110"이라며 웃었다.
하재헌과 한솥밥을 먹는 남지현(25)은 특수전사령부 제3공수특전여단 중사였다. '레베르시신경병증'이라는 희소병을 앓아 시력을 잃었다.
남지현은 "군대에 있을 때 점점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해 병원을 가봤더니 '극희귀병'이라고 했다"며 "몸에서 제일 약한 부분이 눈이라서 눈부터 나빠지고 신체 다른 부위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재헌은 1인승 배를 타는 '싱글스컬'이 주종목이다. 시각장애를 지닌 남지현은 다른 신체장애를 지닌 선수와 함께 2인승 '더블스컬' 또는 4인승 '포어'에 출전한다.
다만 아직 SH공사에 다른 선수가 없어서 연습할 때는 임명웅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올해 초 조정에 뛰어든 남지현은 "저는 아직 부족한 선수"라면서 "특전사에서 배운 '안 되면 되게 한다'는 불굴의 의지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 저와 같이 아픈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두 선수는 2020 도쿄 패럴림픽 출전이 목표다. 출전권이 걸린 올 8월 세계선수권대회가 당면 과제다.
임 감독은 "한국 선수가 패럴림픽에서 5위까지 기록한 바 있다"며 "두 선수가 조금만 더 경력을 쌓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대한장애인조정연맹 김인홍 회장은 "약 10년 전 한국수자원공사가 잠깐 운영한 이후 장애인조정 실업팀이 없었다"며 "SH공사의 창단으로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계기가 생겼다"고 기뻐했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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