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1년] ⑤GP 허물고 지뢰제거…남북, '평화만들기' 의기투합

입력 2019-04-26 06:00   수정 2019-04-26 06:58

[판문점선언 1년] ⑤GP 허물고 지뢰제거…남북, '평화만들기' 의기투합
적대행위금지구역 정상시행·GP 각각 10개 완전파괴·DMZ 관통도로 개설
NLL·MDL 인근서 포사격훈련 중지…北 최전방부대도 후방서 사격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남북 군사 당국이 작년 4·27 판문점선언에 따른 9·19 군사합의서를 채택한 이후 남북관계에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만이 두드러지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년 전 북한이 각종 탄도미사일과 핵실험 도발을 감행했을 때만 해도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다. 미국 일각에서 대북 공격설이 흘러나오고 우리 군도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남북 어느 쪽에서든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면 곧 무력충돌로 번질 것이란 우려감이 컸다.
그러나 총부리를 겨눴던 남북한 군인들이 작년 12월 DMZ(비무장지대) 안에서 나란히 GP(감시초소) 파괴 현장을 검증하고, 전술 도로를 닦다가 군사분계선(MDL) 위에서 만나 웃으면서 악수하는 장면은 판문점선언의 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가속도가 붙던 군사합의는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의 소극적인 자세로 다소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군사 당국간 채택된 합의사항이 대외적인 환경에 좌우되는 것은 여전히 해결돼야 할 숙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11월 1일부터 시행된 지·해상·공중 적대금지구역 합의가 가장 잘 지켜지고 있다.
지상은 MDL로부터 5㎞ 안에서 일체의 포병 사격훈련이 중지됐다. 연대급 이상의 야외기동훈련도 멈췄다. 포병부대는 강원도 해안 등으로 이동해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서·동해 해상 적대금지구역에서도 포사격은 이뤄지 않고 있다. 서북도서 해병대는 내륙으로 나와 훈련을 하고 복귀하고 있다. 이 구역을 항해하는 함정의 포신·포구에도 덮개를 씌웠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북한 포병부대도 후방으로 이동해 사격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구는 MDL에서 남쪽으로 20㎞, 동부전선은 MDL에서 남쪽으로 40㎞ 구간에 각각 설정된 공중 적대금지구역에서 항공기 비행은 금지되고 있다. 주한미군도 이 구역 아래에서 훈련하고 있다.
작년 11월 북측은 폭파 방식으로, 남측은 굴착기를 동원한 철거 방식으로 시범철수 대상 각각 11개 GP 중 10개를 완전히 파괴했다. 파괴된 GP는 상호 거리가 1㎞ 이내였다.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을 보존했다.
이제 한국군은 60여 개, 북한군은 150여 개의 GP가 남아 있다. 앞으로 남북 차관급 군사공동위원회가 구성되어 협의가 잘 진행되면 이들 남은 GP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JSA 남북지역 초소, 병력, 화기는 작년 10월 25일부로 모두 철수했다. 이틀 뒤에는 남북·유엔사 3자 공동검증 작업도 끝냈다. 기존에 설치했던 감시장비도 위치를 조정했다. 자유 왕래에 대비해 JSA 북측지역에 북측 초소와 남측 초소를 1개씩 신설했다. JSA 남측지역에도 북측 초소와 남측 초소 1개씩이 새로 들어섰다.
이들 초소에서 남북 군인(민사경찰)들이 근접 근무하기 때문에 공동근무 및 운용규칙도 협의하고 있다. 한국군과 유엔사가 만든 안을 북측에 전달했지만, 아직 북측의 검토가 끝나지 않고 있다. 군 통신망을 통한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 중인 이 규칙안이 제정되면 JSA 자유 왕래가 시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군사합의에 따라 DMZ 남북공동유해발굴 지역 내 지뢰 제거 작업도 끝냈다. 지난 1월부터 남북이 공동작업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북측이 응하지 않아 현재 강원도 철원 소재 화살머리고지에서 100여명이 투입되어 남측 단독 발굴작업이 진행 중이다. 남측은 북한이 호응해 올 경우 즉각 남북공동발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반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앞서 남북은 공동유해발굴에 대비해 DMZ 내 MDL을 관통하는 전술 도로도 개척했다. 폭 12m의 전술 도로 길이는 북측 1.3㎞, 남측 1.7㎞ 등 총 3㎞가량이다. 이 과정에서 6·25전쟁 이후 반세기 이상 총부리를 겨누던 남북 군인들은 DMZ 내 MDL에서 만나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에 국방부는 "이번에 개설된 도로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반도의 정중앙인 철원지역에 남북을 잇는 연결도로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면서 "가장 치열했던 전쟁터의 한 가운데에 남북을 연결하는 통로를 열어 과거의 전쟁 상흔을 치유하기 위한 공동유해발굴을 실효적으로 추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사적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은 지난 1월 30일 판문점에서 한강하구 민간선박 통행을 위한 공동 수로조사 결과를 토대로 남측이 제작한 한강하구 해도를 북측에 전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머릿속에만 있었던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판문점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잘 지킨다면 이보다 더 큰 일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남북의 '평화만들기' 작업은 순조롭게 이행되다가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부터 북한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답보상태를 보인다.
남측이 제의한 군사회담에 대해서도 북측은 아직 응답이 없는 상황이다. 군사합의 이행이 정상적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동력 공급이 시급한 실정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군사합의가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면서 "북한 핵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군사합의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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