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학생의회 운영…작년 초중고교생 760명 52개 정책제안
가평 통학로 로고젝터 설치 결실…경기교육청, 학교밖 청소년으로 확대방침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스스로 교육 현장의 문제점들을 찾고 정책을 제안해 교육 환경을 바꾸는 '청소년 교육의원'들의 활동에 이목이 쏠린다.
"가평역과 가평고로 이어지는 달전천벚꽃길은 밤이 되면 어두운 도보로 인해 가평 주민뿐만 아니라 통행 빈도가 많은 가평고 학생들의 불편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주로 등하굣길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해 말 가평지역 중·고등학교 학생 6명이 가평군의회 의장과 의원들 앞에 나서서 '가평군 어두운 보행로 안전 개선 방안' 정책 제안서를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가평지역 '청소년 교육의원'인 이들은 가평고 학생들을 심층 면접하고 여론조사로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들어보니, 학생들이 어두운 보행로를 다니며 범죄 노출에 대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는 현장 목소리를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안전 사각지대인 달전천벚꽃길에 조명 시설 설치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이 A4 용지 3장 분량의 제안서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가평군의회 의장과 의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첩에 적어가며 경청했다.
이날 또 다른 학생들은 ▲가평군 청소년 교통문제 해결방안▲가평군 유기견·유기묘 보호 정책 제안 등을 추가로 제시했고, 이 가운데 어두운 보행로 안전 개선방안과 교통문제 해결방안이 일부 받아들여 졌다.
주요 통학로에 가로등과 주변이 어두워지면 길바닥에 '특별순찰구역'이라는 문구가 환하게 켜지는 로고젝터가 설치됐다. 이는 2017년 경찰의 요청에도 반영되지 않았던 설치 예산을 1년 만에 학생들이 따낸 것이다.
또 통학 거리가 먼 학생들의 등굣길을 책임질 희복택시(희망과 복지의 가평 택시)는 증대된다.
2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작년 도내 31개 시·군지역학생의회에서 760명의 초·중·고교생이 '교육의원'으로 활동했다.
도 교육청은 2016년부터 지역학생의회를 운영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지역교육현안과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고민해 입법기관에 제안하는 '살아있는 교육'을 마련해왔다.
운영 첫해는 토론 문화 정착과 입법 기능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고, 두 번째 해부터 본격적인 응용에 돌입했다. 세 번째 해인 작년부터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광명의 한 중학생은 "학교 시설을 설치 및 준공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못해 학교 예산이 적절하지 않게 사용되는 등 비리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라며 "초·중등교육법 제32조에선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반영된 사례는 많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정책 제안서를 냈다.
그 결과 도 교육청은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 환경 조성이 되도록 다양한 학생 중심 공간연구, 학교공간의 계획 및 설계 단계 자문위원회에 학생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이 밖에 청소년 의원들은 ▲남학생과 여학생 교복을 구분하지 않는 남녀공용 교복 ▲ 진로교육 및 진로체험 시간 확대 등 1년간 52개 정책 제안서와 조례안을 만들어냈다.
학생들의 의견이 모두 교육 현장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안서와 법률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몰라볼 정도로 성장한다고 담당자들은 입을 모았다.
가평교육지원청 오경순 장학사는" 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자료검색, 제안서 작성, 발표 등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했다"라며 "누가 시킨 게 아니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광명교육지원청 이화진 장학사는 "지역학생의회 활동은 국어 시간에 배운 주장하는 글 쓰는 법, 사회시간에 배운 자료 찾기 방법 등을 융합적으로 연결해 실행해보는 것"이라며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스스로 고민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주체의식을 일깨우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도 교육청은 올해 학교 밖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등 지역청소년교육의회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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