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회균형전형 입학생들 삼중고"…가난→알바→학업부진

입력 2019-04-23 18:35  

"서울대 기회균형전형 입학생들 삼중고"…가난→알바→학업부진
선행학습 차이·편견으로 학교 적응 어려움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장애가 있거나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기회균형 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대학 생활을 연구한 결과 학업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오후 서울대 평의원회 주최로 열린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 학생 지원 방안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책임연구자 이일하 생명과학부 교수는 기회균형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60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기회균형 전형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취를 이룬 학생을 정원 외로 선발하는 입학전형이다. 지난해에는 농어촌 출신 학생(80명)과 기초수급권 및 차상위가구 학생(81명), 장애인 학생(5명), 북한이탈주민(2명) 등 총 172명이 기회균형 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이 교수는 기회균형 전형 출신 학생들이 학업 격차와 경제적 어려움, 기회균형 전형에 대한 부정적 편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저소득 가구 학생들은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제대로 학교 공부를 하지 못하고, 이로 인한 학업 부진은 다시 장학금 대상 탈락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회균형 출신 학생들은 외고·과학고·영재고 졸업생들과 선행학습 차이로 학업 격차가 발생하기도 하고, 기회균형 전형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의식해 위축되는 바람에 제대로 교우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물론 기회균형 전형 출신 중에서도 우수한 학업 성취를 보이며 대학에 잘 적응하는 학생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다수 학생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학교 차원에서 기회균형 전형 학생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보고서는 기회균형 학생 대상 재정지원 확대와 멘토링 프로그램 확충, 학내 인식 개선 등 정책 제안을 덧붙였다.
발표회에 참석한 신석민 서울대 교무처장은 "오세정 총장은 취임사에서 '좋은 대학이란, 뛰어난 학생을 잘 뽑는 대학이 아니라 잘 가르쳐 뛰어난 인재를 만드는 대학'이라고 강조했다"며 "뽑아 놓고 끝난 것이 아니라, 기회균형 학생들을 제대로 키워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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