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헌법개정 추진을 목표로 하는 보수 단체의 집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이 24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초당파 국회의원 모임인 '신헌법제정의원연맹'이 도쿄(東京) 나가타초(永田町) 헌법기념관에서 개최한 집회에 메시지를 보내 연호 교체로 인한 새 시대의 도래를 강조하며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다.
아베 총리는 "레이와(令和·5월1일부터 적용되는 일본의 새 연호)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선에 섰다. 어떠한 나라를 만들지, 이 나라의 미래상을 정면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국가의 이상을 말하는 것으로, 다음 시대로 향한 길잡이다.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다"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헤이세이(平成·현재 연호) 시대에 자위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림 없는 것이 됐다"며 자위대를 치켜세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주최 측인 신헌법제정의원연맹은 1955년 결성된 '자주헌법기성의원동맹'을 전신으로 하는 대표적인 개헌 추진 단체 중 하나다. 일본 보수 정계의 거두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집회는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추진 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렸으며,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 외에도 보수정당 일본유신의 회(모임)와 희망의 당 인사들도 참석했다.
고령으로 직접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나카소네 회장은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며 진짜 일본 국민의 손에 의한, 일본 국민을 위한 헌법을 제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과 자민당은 작년 평화헌법 규정인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제시한 뒤 개정 헌법의 시행 시기를 2020년으로 보고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단 이런 개헌안으로 전후 첫 개헌을 달성한 뒤 전력과 교전권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평화헌법)를 다시 고치는 '2단계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야욕을 갖고 있다.
개헌 논의는 그동안 야권의 강력한 반발과 여론의 무관심 속에서 좀처럼 진척되지 못했지만, 아베 정권은 다음 달 1일 연호 교체와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개헌 논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국회 내 개헌 논의 조직인 중의원 헌법심사회는 이날 간사 간담회를 연 뒤 25일 공식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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