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사건으로 유일하게 체포된 인물…변호인 "안정적 배경 갖고 있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위치한 에드워드 로이벌 연방빌딩.
공항보다 더 까다로운 검색대를 통과해 도착한 6층 690호 법정 앞에는 의외의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반북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 회원으로 알려졌고 이 사건으로 유일하게 체포된 인물인 크리스토퍼 안(38)에 대한 2차 심리가 열린 법정 앞에는 한국계 중년여성들이 나란히 앉아 대기했다. 젊은 남성도 곳곳에 보였으며 대부분 한국계였다.
대사관 습격 사건을 주도한 에이드리언 홍 창에 비해 미 해병대 출신 한국계 미국인이란 사실 외에는 전혀 알려진 게 없이 베일에 가려 있던 크리스토퍼 안이 노란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등장하자, 방청석 곳곳에서는 그와 눈빛을 교환하느라 바빴다.
안은 가족·친지로 보이는 30여 명에게 눈빛을 보내 인사했다.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판사와 변호사, 검사는 그를 '미스터 안'으로 지칭했다.
풍채 좋은 동양계로 보이는 크리스토퍼 안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보석 심리와 관련해서는 변호인에게 뭔가 미진한 듯한 내용을 더 말해달라며 숙의를 거듭하기도 했다.
켈리 스틸 변호사가 소개한 크리스토퍼 안의 이력은 대사관 습격 사건의 배후를 자처한 반북단체 조직원과 연관 지을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LA에서 태어난 안은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가데나와 다이아몬드바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UC어바인 졸업 후 버지니아대학에서 MBA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세에 아버지를 여읜 그는 투병 중인 어머니와 90대 중반의 할머니를 봉양해왔다고 변호인은 주장했다.
2017년 결혼했고 자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 변호사는 "그는 안정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와 가족 거주지 등에서는 교회 활동 등 유대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문제가 될 만한 일을 벌인 적도 없다고 변호인은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의 설명은 달랐다. 그를 체포·수색하는 과정에서 불법 총기류가 나왔고 대사관 습격 사건에도 명백히 가담한 사진 등 증거자료가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그가 도주할 의사가 없고 여권을 회수한 상태에서 가택연금해도 좋으니 풀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범죄의 심각성과 국제적인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보석 요청을 기각했다.
그의 가족 중에는 미 연방 법무부에 일하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안의 가족은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코멘트 요청을 한사코 거부했다.
그가 자유조선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과 어떤 관계인지, 대사관 습격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공판 과정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그가 김정남 아들 김한솔을 피신시키는 과정에서 안내책을 맡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 또한 검찰·변호인 어느 쪽도 설명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5년 이후 크리스토퍼 안의 행적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은 흔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홍 창의 변호인인 리 월로스키 변호사는 "크리스토퍼 안은 미국의 영웅으로 구금시설보다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의 보석 불허 결정으로 크리스토퍼 안은 당분간 구금 상태에서 FBI 조사를 받게 됐다. 구금 상태가 지속되는 한 그의 역할이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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