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칼리프국 사라졌지만 영향력 여전…SNS 통해 아시아 등으로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난 주말 32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리랑카 테러가 '이슬람국가'(IS)의 영향력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친 점령지를 잃었지만, 스리랑카 테러를 통해 칼리프국(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밖에서도 대학살을 초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IS에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하고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명령했지만, IS는 새로운 형태로 재조직됐고 그간 가장 생산적인 '모병장'이었던 소셜 미디어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IS는 이날 선전 매체 아마크를 통해 'IS의 전사들이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구성원과 기독교인을 겨냥한 공격을 수행했다"며 스리랑카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공격을 수행한 7명의 가명을 공개했으며 공격 대상이 된 호텔과 교회를 지목했다.
이어 공격을 수행한 전투원들이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모습이라며 8명이 모여 있는 사진을 유포했다.
이들 중 7명은 두건을 둘러 얼굴을 알아볼 수 없으나 얼굴을 드러낸 1명은 스리랑카 정부가 테러의 주체로 지목한 '내셔널 타우히드 자마트'(NTJ)의 우두머리 자흐란 하슈미로 추정된다.
스리랑카 지역 조직인 NTJ는 지금껏 눈에 띄는 테러를 저지르지 않은 군소조직이다. 그간 이들의 테러 활동은 망치를 들고 불상의 머리를 부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테러리즘 분석 조직 '시테'의 공동 설립자 리타 카츠 대표는 "일반적으로 IS는 전 세계의 지역 극단주의 그룹을 통해 조직원을 모집함으로써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고 말했다.
WP는 전·현직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보기관이 IS의 조직원 모집 활동을 추적하고 있으며, IS가 어떻게 스리랑카를 영향력 아래 둘 수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스리랑카 남성 약 40명이 IS에 합류한 것이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폭탄 제조법과 테러방법 등을 익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스리랑카 관계자는 WP에 2017년 초 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IS가 동남아시아에서 조직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스리랑카가 "그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카츠 대표는 일반적으로 IS는 충성을 맹세한 지역 조직에 새로운 자원과 역량의 문을 열어준다며 이는 어떻게 NTJ 같은 아마추어 조직이 파괴적인 공격을 수행할 수 있었는지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스리랑카 테러는 매우 정교하고 고도로 조율된 것이었다"며 "아마도 필리핀이나 어딘가의 IS 기지에서 테러범들이 일종의 훈련이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대테러 담당 부보좌관을 지낸 후안 자라테는 "IS의 관여 정도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IS의 주장이나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IS가 직접 지역 조직과 소통했을 수 있고 조직원을 파견하거나 테러 계획을 돕거나 지역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을 수 있다"며 "IS의 확산과 전문지식은 현실이고 IS는 전 세계적인 구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IS가 점령지는 잃었지만 이념적인 영향력은 잃지 않았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2017년 말 퇴임한 니콜라스 라스무센 국가대테러센터(NTCT) 국장은 "칼리프국을 뒷받침하는 이념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범주를 넘어 영향을 미친다"며 "많은 테러 전문가가 정부에 IS 패망을 선언하는 데 신중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한 자베드 알리는 스리랑카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IS 성명에 '칼리프국'이라는 단어가 빠진 점에 주목했다.
그는 "칼리프국이 물리적으로 사라진 것은 IS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이슬람 국가의 개념은 여전히 존재하며, IS의 신세를 지는 데 물리적인 칼리프국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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