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쌍 8만1천개, 고리형 아닌 선형구조 가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선사시대 꽃을 닮은 해양생물 '꽃말미잘(Tube anemone·Ceriantharia)'은 산호, 해파리 등과 같은 강장동물이다. 점액질로 만든 관(管) 속에 살며 촉수에 있는 자포(刺胞)로 먹이를 잡는 단순한 하등동물로만 여겨지던 꽃말미잘이 실제로는 인간보다 더 많은 유전자 염기쌍을 가진 복잡한 동물이라는, 기존 통념을 완전히 뒤엎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 오하이오 주립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진화생태학자 멕 데일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꽃말미잘의 미토콘드리아(mt) DNA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공개했다.
무엇보다 꽃말미잘의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쌍이 8만1천개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쌍이 1만7천개가 채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세포핵에 존재하는 나선형 구조의 DNA와 달리 세포의 호흡과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는 세포질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내막 안에 있다.
보통 도넛 형태의 고리형 구조를 갖고 있으며 핵 DNA보다는 훨씬 적은 정보를 담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난 20년간 번번이 실패로 끝난 꽃말미잘의 미토콘드리아 DNA 구조를 밝히는 데 성공했으며, 고리형이 아닌 선형(線形) 구조를 가진 점을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꽃말미잘이 다른 비슷한 동물과 마찬가지로 고리형 구조를 가졌을 것으로 보고 염기분석을 시도해 결과물을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데일리 교수 연구팀은 첨단 슈퍼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차지하는 꽃말미잘 두 종(種)을 염기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두 종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고리형 구조가 아닌 각각 5개와 8개의 선형 조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선형 게놈은 해파리의 미토콘드리아 DNA에서도 발견된 바 있지만 꽃말미잘에서처럼 유전자 조각의 크기와 수가 다양한 선형 구조는 전례가 없었다고 한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고리형 구조가 DNA 복제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왔다. 이 때문에 꽃말미잘이 복제를 쉽게 할 수 있는 이점에도 고리형 대신 통상적이지 않은 미토콘드리아 DNA 구조를 갖게 된 이유를 찾는 것은 연구과제로 남게 됐다.
데일리 교수는 성명을 통해 "이 고대 해양생물은 움직임이나 몸체 모두 단순해 지금까지 아주 단순한 생물로만 여겨져 왔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복잡한 동물"이라면서 "꽃말미잘의 게놈은 달팽이나 곤충, 척추동물 등 상위에 다른 동물이나 현대적인 동물보다 더 역동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능이나 외양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옛날부터 존재해온 고대 해양동물이 진화상 비슷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새로운 증거들은 이런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면서 "모두 같은 장소에서 시작했을 수는 있지만 서로 다른 진화 전략과 기회를 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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