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보도…"인도, 테러 전날과 4일에도 정보 전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스리랑카 정부가 '부활절 테러' 불과 2시간 전까지 테러 경고 정보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리랑카 정부가 이달 초 해외 정보당국으로부터 사전 테러 경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 관련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스리랑카와 인도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인도 정보기관 간부가 지난 21일 오전 연쇄 폭발이 발생하기 두 시간 전에도 스리랑카 정보당국에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인도 측은 교회를 대상으로 폭탄 테러가 자행될 수 있다는 점 등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까지 담아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보기관은 이뿐만 아니라 부활절 테러 전날인 20일 밤을 포함해 이달 4일에도 사전 테러 경고를 전달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의 경우 미국도 스리랑카에 관련 정보로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이를 통해 테러 주동자 등 용의자 명단까지 모두 확보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스리랑카 경찰청장도 지난 11일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를 토대로 자살폭탄테러 가능성을 간부들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세한 정보가 입수됐음에도 스리랑카가 테러 대응에 실패한 것은 정치적 분열 때문이라는 지적이 인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말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임명하는 등 극심한 정치 혼란에 시달렸다.
[로이터 제공]
위크레메싱게는 대통령의 결정이 위법이라며 버텼고, 결국 라자팍사는 두 차례나 의회 불신임을 받은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정쩡하게 정치 상황이 수습된 뒤에도 스리랑카의 내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위크레메싱게 총리 측은 이후 국가 안보 관련 정보에서 배제됐고 양측이 관할하는 부처 간에는 정보 교류도 단절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테러와 관련한 사전경고 관련 정보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리세나 대통령은 사전 테러 경고가 무시된 점과 관련해 국방 및 치안 관련 고위 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당국 간부들이 해외에서 받은 정보를 나와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스리랑카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나라로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을 책임지며 시리세나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겸임하고 있다.
대신 총리는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맡는다.
지난 21일 스리랑카에서는 콜롬보 등 8곳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 최소 321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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