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지난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총·대선 결과와 관련해 야권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투표소 수천 곳에서 재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24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는 관리부실과 투표용지 미도착 등 문제 때문에 22일까지 31개 주 2천700개 투표소에서 재투표나 투표 기간 연장 요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일함 사푸트라 선거관리위원은 "재투표 요청이 2천600건으로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대선에선 유권자 등록을 사전에 마치지 못한 주민도 전자신분증(e-ID)을 발급받은 지역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주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KPU는 현장의 투표관리원들이 이런 사례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문제가 됐다면서, 재투표 여부 등을 신속히 심사해 가급적 이달 말까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투표가 실시돼도 총·대선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소 한 곳당 등록된 유권자가 최다 300명으로 제한된 데다, 실익이 없다는 등 이유로 재투표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일정으로 진행되는 투표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던 이번 선거에는 유권자 1억9천300만명의 80% 이상이 참여했으며, 투표소의 수도 81만개나 됐다.
대선의 경우 재선에 도전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하다.
조코위 대통령은 표본개표(quick count)에서 54.5%를 득표해 야권 대선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를 9%포인트 이상 앞섰다.
KPU의 실시간 개표 집계도 24일 정오(현지시간) 현재까지 27.7%가 진행된 가운데 조코위 대통령이 55.56%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야권은 관권·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프라보워 총재는 자체적으로 집계한 개표결과를 바탕으로 이미 수차례에 걸쳐 대선 승리 선언을 하기도 했다.
야권의 대선 불복 움직임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민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한 편이다.
프라보워 후보를 지지하는 무슬림 과격단체 등에선 대규모 집회 가능성 등이 거론되지만, 지난 19일 자카르타 시내에서 열린 야권 대선 승리 주장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1천여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드라당과 함께 야권연합의 양대 축을 이루는 민주당이 "프라보워 후보의 승리 선언을 존중하나 KPU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겠다"며 한 발 빠지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야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되는 모양새다.
그런 가운데 조코위 대통령은 프라보워 후보에게 특사를 보내는 등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현지 정치권에선 양측 후보들이 직접 만나는 자리가 조만간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선거 당국은 이달 25일부터 내달 22일 사이 총·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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