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김정은-푸틴, 다른듯 닮은 '최고지도자'

입력 2019-04-24 14:23  

처음 만나는 김정은-푸틴, 다른듯 닮은 '최고지도자'
32살 차이에도 장기집권 체제 다진 '스포츠광' 공통점
金 '20대에 권력 계승' vs 푸틴 '가난한 집안 출신의 KGB요원'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하루 앞으로 다가온 북러정상회담에서 양국 지도자가 어떤 '궁합'을 보여줄지 관심이다.
외견상 두 정상은 상반된 점도, 비슷한 점도 많은 '다른 듯 닮은꼴'로 보인다.
가난한 가정 출신으로 권력의 정점까지 올라 장기집권 체제를 다진 푸틴 대통령과 최고지도자의 아들로 태어나 일찌감치 세습 권력을 이어받은 김 위원장의 삶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다가 하나로 합쳐진 모양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노동자 주거지역에서 궁핍하게 자란 푸틴 대통령은 1975년 레닌그라드대(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법학대학을 졸업하고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에 투신, 오랫동안 일선에서 첩보 활동에 종사한 '정보통'이다.
16살의 나이로 KGB를 찾아가 요원이 되고 싶다고 문을 두드린 일화는 유명하다.


199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 크렘린 총무국 부국장과 제1부실장,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차례로 지낸 푸틴은 1999년 8월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에 의해 총리 대행으로 전격 발탁돼 권력의 길에 들어섰다.
같은 해 12월 옐친의 전격 사임으로 대통령 직무대행까지 떠맡은 그는 이듬해 3월 대선에서 5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돼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에 등극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운 좋게 권력을 물려받아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의 꼭두각시 노릇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크렘린 입성 후 특유의 카리스마로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에 빠진 러시아 사회를 안정시키며 '구세주'로 떠올랐다.
체첸 자치공화국의 독립 시도를 무력 진압하고 경제를 살려 연임에 성공한 푸틴은 3연임을 금지한 헌법 조항에 따라 2008년 5월 권좌를 넘겨준 대신 '실세 총리'로 사실상 지도자 자리를 유지했다.
2012년 3월 대선을 통해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한 뒤에는 크림반도 전격 병합으로 서방과 갈등을 빚었고,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해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3월 '4기 집권'에 성공한 푸틴이 오는 2024년까지 임기를 채우면 30년 이상 권좌를 누린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러시아 현대사를 통틀어 두 번째로 오래 집권한 지도자가 된다.
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김 위원장은 스위스 베른의 공립학교에서 유학하며 일찍부터 서구 세계를 경험했다.
유학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하고 포병부대에서 복무한 뒤 2010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위원회 위원을 거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20대 후반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북한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그는 한동안 핵·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미국 등 국제사회와 대립했다.


그러다 전격 유턴,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채택하고,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와 자력갱생에 방점을 찍는 등 경제 살리기에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를 통해 '김정은 2기'를 출범시키고, 주요 권력기구의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권력을 공고히 했다.
이처럼 장기집권의 길을 다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32살의 나이 차가 무색하게도 닮은 점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스포츠 취미다.
러시아 국기인 삼보와 유도 유단자인 푸틴 대통령은 아이스하키, 스키, 낚시, 승마를 즐기며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위원장은 소문난 농구광이다.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자주 시청한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NBA 스타 출신 데니스 로드먼과 여러 차례 만나 친분을 쌓았다. 마식령에 대규모 스키장을 건설하는 등 스키에 대한 애호도 각별하다.
두 정상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립된 동병상련의 처지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병합으로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피하지 못했고, 김 위원장은 핵개발로 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의 초강력 제재를 받고 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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